가장 존경받는 이론가ㆍ평론가…국내 첫 강연 “디자인을 통해 답을 제공?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 “더 나은 세계 위해 쏟아지는 질문들…인류에 대한 긍정 키워”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4차 산업혁명이 디자이너 수를 절반으로 떨어트릴까요? 글쎄요. 답변을 내놓으려 하기보다는 미래에 대해 질문을 던지려고 노력한다면, 디자이너들은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인류를 개혁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 디자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이론가이자 평론가로 꼽히는 데얀 수직(66)은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 2018’에서 ‘우리는 얼마나 빨리 갈 수 있나: 디자인의 미래’라는 주제로 연단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현재 런던 디자인뮤지엄 관장을 맡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거대 건축이라는 욕망(2011)’, ‘사물의 언어(2012)’ ‘바이 디자인(by Design, 2014)’ 등의 저서로 잘 알려져 있다.

데얀 수직은 우리 사회가 예측이 무의미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강조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11년 전 스티브 잡스가 아이팟을 처음 세상에 소개할 때, 앞으로는 이 기기를 통해 전화를 포함한 많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청중들은 이를 듣고 비웃었다”며 “그러나 결국 아이폰이 개발돼 우버, 아마존, 틴더 등 기업을 등장시켰고, 우리가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을 하는 방식 등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이는 당시 청중들은 물론 스티브 잡스 스스로도 예측하지 못했던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의 등장이 인류가 예술을 향유하는 방식은 물론, 국가나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 등을 모두 변화시키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처럼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는 현재, 디자이너는 본인들의 역할을 ‘답을 찾는 것’에서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데얀 수직은 강조했다. 그는 “디자인이 성장하기 시작했던 산업화 시기, 널리 통용되고 효율적으로 대량생산될 수 있는 제품을 가시화하는 게 디자인의 역할이었다”며 “어떻게 제품을 더 좋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을지를 연구하고, 이를 강조해 소비자로 하여금 물건을 사도록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데얀 수직은 디자이너들이 이같은 과거로부터 이별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그는 “인류가 과연 이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지, 혹은 이 물건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데얀 수직은 이번 강연에서 ‘세상에 질문을 던진’ 수십여개 디자인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진공 튜브를 이용해 항공기보다 6배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구현한 테슬라의 하이퍼루프(Hyperloop One)가 대표적이다. 중국 기업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컴퓨터 기술을 사용해 실시간 도로 교통 정보를 시각화함으로써 교통 혼잡을 10% 줄이고, 최종적으로 기존 도로 이용률을 10%로 낮추는 프로젝트도 언급됐다. 이밖에도 야외에서도 외과 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튜브, 플라스틱 소모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포스터, 의류 브랜드 라코스테의 멸종위기동물 보호 프로젝트 등, 디자이너의 질문으로부터 출발한 프로젝트가 소개됐다.

질문을 던지는 디자이너들로 더 나은 인류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됐다고 데얀 수직은 전했다. 그는 “디자이너가 상상해 가시화한 어떤 미래상은 인류에게 두려움을 가져다주기도 한다”며 “그러나 최근 전시회를 보면 더 나은 세계를 고민하는 디자이너들의 너무나 큰 에너지와 열정이 느껴진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스마트’한 방식으로, 디자이너는 우리 인류를 개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