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소식통 “北 선제적 결단없인 방문 어려워” -폼페이오 “北김정은, 비핵화 약속이행 준비 분명해지면 만날 준비” -한반도 전문가 “북미 협상 진전위해 대북특사 파견해야”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협상이 난관에 부딪힌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실무대화의 ‘급’을 낮추고 ‘최대한의 압박’ 전술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대화에 정통한 워싱턴 소식통은 29일 “북한의 핵ㆍ미사일 리스트 신고 및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한 가시적인 성과가 이뤄지지 않는 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대화의 판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뉴욕채널과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내세운 물밑접촉은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28일(현지시간) 헤더 나워트 대변인을 통해 “미국은 평양 방문을 연기한 결정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한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 분명해지면 만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어 “전 세계는 김 위원장이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는 데 단결해 있다”며 “김 위원장이 합의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세계의 목표”라며 선(先) 비핵화 조치를 요구했다.

나워트 대변인은 또 미국의 선제적 체제보장 조치를 촉구하는 북한과 러시아, 중국 등을 겨냥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1ㆍ2375ㆍ2397호는 분명하게 이(북한의 비핵화)를 명시하고 있다”며 “다른 정부들이 미국을 비판할 때 만장일치로 채택된유엔 안보리 결의를 다시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이같은 발표에 대해 소식통은 백악관과 국무부 내부에서 북한의 선제적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더 이상 추진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정상 및 고위급에서의 대화는 실무레벨에서 뚜렷한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어려울 것”이라며 “뉴욕채널을 통해 북미간 직접소통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나워트 대변인도 이날 “북미간 협상 진전이 있었지만, 대통령과 국가안보회의실(NSC)은 ‘충분한 진전’(sufficient progress)이 이뤄졌다고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국면에 들어서자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옵션’카드를 다시 꺼내들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날 조지프 던포드 미 합참의장과 함께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의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독수리 훈련과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과 같은 대규모 한미 훈련의 재개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는 ‘벼랑끝 전술’로 대응하는 확고한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CNN방송과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의 선제적 체제보장 조치 없이는 대화의 판이 깨질 수 있다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의 편지에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에 북한은 미국의 이중적 태도를 비난하며 북미 공동성명 이행을 촉구했다. 지난 26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대화 막 뒤에서의 위험천만한 군사적 움직임’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미국이 저들의 부당하고 강도적인 ‘선(先) 비핵화’ 기도가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북침전쟁을 도발하고 천벌 맞을 짓까지 감행할 범죄적 흉계를 꾸미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미 간 기싸움이 첨예화되고 있는 가운데,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를 촉구했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 9월 하순까지 북미 교착상태가 지속되면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실현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대북특사와 대미특사를 파견해 북미 입장을 적극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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