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1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속ㆍ증여세 신고세액 공제율의 하향 조정, 가업상속 공제 시 가업영위 기간별 공제 한도 조정 등 내용을 담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 등 법안이 상정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1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속ㆍ증여세 신고세액 공제율의 하향 조정, 가업상속 공제 시 가업영위 기간별 공제 한도 조정 등 내용을 담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 등 법안이 상정되고 있다. [연합뉴스]

최대주주 할증 더하면 65% 세계 최고수준 현재의 세율로는 기업 생태계 파괴 이어져

상장주식 물납 등 납부방식 개선도 절실 가업상속공제제도 대기업엔 ‘그림의 떡’

부의 세습 방지보다 고용유지가 효용성 커 상속·증여세 소득세로 흡수 세제개혁 필요

천문학적인 상속세가 가업승계가 아닌 ‘가업 포기’를 부르고 있다는 지적에 전문가들은 한결 같이 상속세의 인하 및 자본이득세 도입 등 조속한 대안 마련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막대한 상속세 부담의 부작용을 경고한다. ‘울며 겨자 먹기’로 가업을 처분하고 경영권을 포기하는 것은 물론, 기업의 고용을 줄여 일자리 안정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행 상속세법에 대한 발전적 대안이 필요하다 지적한다.

지난해 12월1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속ㆍ증여세 신고세액 공제율의 하향 조정, 가업상속 공제 시 가업영위 기간별 공제 한도 조정 등 내용을 담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 등 법안이 상정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1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속ㆍ증여세 신고세액 공제율의 하향 조정, 가업상속 공제 시 가업영위 기간별 공제 한도 조정 등 내용을 담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 등 법안이 상정되고 있다. [연합뉴스]

▶해묵은 논쟁…이제는 상속세 인하 고려해야할 때=고율의 상속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속세율로는 기업의 승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상속세율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조언한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업자산에 대해 국제적으로 가장 높은 상속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경영에 장애 요소가 된다”며 “상속세는 중소ㆍ중견기업의 활성화 및 대기업으로 성장이라는 선순환적 생태계 관점에서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 최고 상속세율은 50%로 일본(55%)에 이어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에는 없는 최대주주 할증까지 더해지면 65%가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최고 상속세율 26%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대부분의 국가들에서는 재산 형성 과정에서 소득세를 이미 냈기 때문에 상속시에는 세율을 낮게 해야 한다는 근거로 소득세율보다 상속세율이 낮게 책정돼 있다”면서 “반면 우리나라는 소득 형성 과정에 세금을 내지 않았을 것을 가정해 상속할 때 세금을 더 내도록 하는 논리로 상속세율이 소득세율보다 훨씬 높아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위원은 이에 “상속세를 소득세보다 낮게 30% 정도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율 인하와 함께 납부 방식 등 세밀한 제도 개선 또한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현행 세법상 상속세 물납 방식에 대해 비상장사 주식만 허용한 범위를 넓혀 상장사 주식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몇천억의 상장사 주식을 파는 과정에서 일반 주주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빈번하다”며 “상장사 물납을 허용하면 주주가치 훼손 등 사회적 비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과세 문제…‘자본이득세 전환’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가업 상속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시행 중인 ‘가업상속공제제도’가 까다로운 조건 탓에 활성화되고 있지 않다는 현실을 두고서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이 제도는 가업상속재산 중 최대 500억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지만 연매출 3000억원 이상 기업은 제외되고, 300억원 공제 한도 대상도 20년 이상 300억원, 30년 이상 500억원으로 조건이 까다로워 적용이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행 제도로는 대기업에는 적용이 어려워 글로벌 기업은 천문학적 상속세를 내야 한다”라며 “(규모와 상관없이) 상속을 이연(移延)한다는 개념으로 보고 일단 상속을 받아 경영할 기회를 갖고 나중에 재산을 정리할 때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양도소득세와 같이 자산을 취득할 때가 아니라 처분할 때 내는 세금을 상속 시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자본이득세는 상속 시점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가업을 안정적으로 승계해 고용을 유지하도록 의무를 지게 하는 논리”라며 “부의 세습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고용 유지가 세수 확보보다 사회 전체적으로 효용이 크다고 판단에서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그러면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가업상속에 한정해 시행하고 차츰 적용 대상과 범위 확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캐나다와 호주 등에서는 1970년대에 상속세와 증여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자본이득세 도입을 위해서 소득세 체계 개편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승영 한국지방세연구원 박사는 “상속ㆍ증여세제를 자본이득세제로 전환하려면 우리나라 세제 전반을 개혁해야 한다”면서 “소득세가 상속ㆍ증여세를 흡수하고 현행 양도소득세 과세 항목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상속에 대한 자본이득세 포함 등 세부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부/


jin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