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대물림’에 대한 부정적 정서에 막혀 공제 축소·적용요건 강화 법안 다수 발의
중소ㆍ중견기업의 70% 이상이 과도한 상속세 및 증여세를 가업승계를 걸림돌로 꼽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관련 법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중소ㆍ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가업상속공제한도, 대상 등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부의 대물림’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정서에 가로막혀 오히려 관련 요건을 강화하는 법안이 다수발의되는 등 상속제도가 낳는 부작용에 대해선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상속증여세 개정안만 18개에 달한다. 이들 중 대부분이 가업상속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완화하는 내용은 소수에 불과하다.
현재 중소ㆍ중견기업 상속인이 가업을 승계할 경우 10년 이상 가업을 영위하면 200억원, 20년 이상이면 300억원, 30년 이상이면 500억원까지 상속세가 공제된다.
법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과세표준 50억원을 초과시 최고 세율을 60%로 하는 세율구간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는 과세표준 30억원 초과시 50%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가업상속공제한도를 축소하는 내용의 법안도 있다. 박주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가업상속공제한도를 현행 500억원에서 30억원으로 대폭 줄이고, 최소 가업영위기간을 10년에서 15년으로 늘리는 법안을 제출했다. 대신, 사후관리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다소 완화했다. 또,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평균매출 3000억원을 기준으로 하는 가업상속공제 적용 요건을 2000억원으로 줄이는 내용의 법안을,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은 가업상속공제 제외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기 위해 가업상속공제 제외 기준 중 하나인 기업의 자산총액 기준을 5조원으로 법에 명시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일감 몰아주기’를 막기 위해 수혜법인의 요건으로 매출액 비율뿐만 아니라 금액도 고려토록 하고, 중소ㆍ중견기업도 대기업과 동일한 방식의 증여의제이익을 계산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다.
반면, 가업상속 요건을 다소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들도 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명문장수기업에 대한 가업상속공제를 현행 최대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 2016년 발의했다.
윤영일 민주평화당 의원은 영농중소기업도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내놨다. 현재 영농중소기업은 영농상속공제만 적용되는데, 최근 10년간 가업상속공제 한도액은 1억원에서 최고 500억원으로 늘었으나, 영농상속공제는 2억원에서 15억원으로 늘어난데 그쳤기 때문이다.
전규안 숭실대학교 교수는 지난 5월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바람직한 가업 승계를 장려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완화하는 등 가업 승계 세제를 개선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가업 승계 세제를 캐나다, 호주 등과 같이 자본이득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윤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