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쿨하고 힙(Hip)한 것만 찾는 세상이다. 60대인 이준익 감독은 그런 세상에 대항하듯 촌스러움을 전면에 내세운다. 뻔하디 뻔한 이야기인데 정겹다. 선미(김고운)가 학수(박정민)의 흑역사를 열어줬듯 이준익 감독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관객들의 추억 한 장을 대신 꺼내준다. ‘변산’은 ‘쇼미더머니’ 전 시즌에 모두 출전한 래퍼 심빡, 학수의 이야기를 그린다. 좁은 고시원 방안에서 가사를 쓰고 랩을 하는 학수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 중이다. 그러던 중 학수는 연락도 닿지 않던 아버지의 건강이 위급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고향으로 강제 소환된다. 변산에서 학수는 잊고 싶었던 흑역사를 다시 마주한다. ‘변산’의 전반적인 스토리만 보더라도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소재나 스토리 전개 방향은 누구나 예상 가능하다. 하지만 새롭지 않다고 해서 ‘후지다’고 치부할 수 있을까. 영화 속에서 나오는 ‘값나게 살지 못해도 후지게 살지 말어’라는 대사가 작품 전반에 담겨 있는 영화다. ‘변산’은 뻔한 이야기 속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코드를 제대로 건드린다.

영화에선 변산이라는 장소가 주어졌지만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과거를 정면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학수의 상황과 고통은 고향이 없는 이들에게도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을 마주할수록 화를 내고 정면대응 하게 되는 학수의 모습은 웃긴데 슬프다. 이상하게 위안이 되고 힐링이 된다. 감독은 결코 직접적으로 청춘의 찬란함을 노래하고 정면을 마주하라는 메시지를 전하지 않는다. 다만 학수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들이라면 마음 속 커다란 파동이 생겨난다. 중년의 나이임에도 ‘꼰대’스럽지 않은 이준익 감독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마법일지도 모르겠다. ‘변산’은 ‘즐거운 인생’ ‘라디오스타’를 만든 이준익 감독의 또 다른 음악 영화로 꼽힌다. 음악이 전반적인 영화의 분위기를 잡아가긴 하지만 ‘변산’에서 랩은 그저 학수의 마음을 친절하게 보여줄 수 있는 ‘도구’일 뿐이다. 학수의 독백은 관객의 입장에선 마치 노래방 영상을 보는 듯하다. 촌스럽지만 이마저도 정겹다.

특히 래퍼로 분한 박정민은 놀랍다. 영화 전체에 나오는 모든 랩을 직접 쓴 박정민은 수준급 랩 실력을 선보인다. 무슨 역할이 주어지더라도 완벽하게 해내는 박정민의 태도가 기특하다. 김고은의 변신도 주목할 만하다. 김고은이 이렇게 웃긴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변산’의 웃음 포인트가 그에게 몰려 있다. 체중을 찌우고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친근한 이미지는 덤으로 얻었다. 물론 영화의 허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학수가 아버지와 화해를 하고 과거에 지독하게 얽혔던 친구와 끝장을 보는 모습은 영화라서 가능한 일이다. 오글거림을 참을 수 없는 이들에겐 쉽지 않은 장면이다. 특히 ‘변산’의 엔딩신은 확실하게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