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의 보안성을 가상화폐 거래소의 보안성으로 착각해선 안됩니다.”
최근 잇따른 가상화폐 거래소의 해킹 사고를 두고 보안 업계가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블록체인은 거래 원장을 분산시켜 위변조가 불가능해 보안성이 높은 기술로 꼽힌다.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 화폐가 거래되는 가상화폐 거래소 시스템은 이와 별개다.
자물쇠가 꽉 잠긴 일기장이 누구나 드나드는 공공 도서관에 꽂혀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블록체인이 안전하다고 해서 거래소의 보안 안정성까지 담보할 수 없는 이유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취약한 보안성은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경각심이 필요하다.
현재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저축은행 등 금융권은 5000만원 이하의 예금은 금융기관이 파산을 하더라도 보호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소는 관련 법안이 없어 이마저도 해당되지 않는다.
해킹으로 내 전자지갑 속 가상화폐가 모두 사라지더라도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뜻이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영세한 규모가 많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제대로된 보안 시스템을 갖출 여력이 없어 해킹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로 ‘위험한 질주’를 이어가는 곳도 수두룩하다.
앞서 작년 12월 정부는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을 통해 매출액 100억원 이상, 일일평균 방문자수 100만명 이상인 거래소에 대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의무화했지만 ISMS 인증을 받은 거래소는 전무하다.
빗썸, 코인원, 업비트, 코빗 등 4대 대형 거래소도 ISMS 인증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영세한 소규모 거래소까지 제대로된 보안 체계 구축이 완료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먼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 ‘붐’이 일면서 해커들의 공격 타깃이 되고 있다는 점도 거래소의 보안 필요성을 더욱 키운다.
실제 최근 코인레인, 빗썸 등 한국 거래소를 비롯해 일본 코인체크, 미국 비트파이넥스, 중국 비터까지 나라, 국적을 불문하고 전 세계적으로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거래소를 타깃으로 한 해킹 공격에 안전 지대가 없는 셈이다.
특히 한국은 가상화폐 과열 열풍으로 ‘김치 프리미엄’까지 생겨난 상황에서 해커에게 가장 탐나는 먹잇감이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보안 정책을 제대로 손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부처의 ‘교통정리’가 시급하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는 금융감독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주무부처가 명확치 않다.
예방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대책 방안을 수립하고 장기적으로 이를 관리할 주무 부처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거래소 자체적으로 보안 의식을 원점에서 뜯어 고치고 강화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최근 한 대형 거래소가 자신들이 구축한 보안 솔루션의 이름을 명시해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거래소들의 보안 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자신들이 사용하는 보안 솔루션을 노출하는 것은 보안업계에서는 금기로 통한다. 특정 보안 솔루션을 겨냥한 해커들의 공격이 집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큰 소를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담는 거래소의 보안성이 담보되지 않는 한, 4차산업 혁명을 이끌 블록체인 신기술도 신기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sjpark@heraldco 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