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ㆍ취미활동 관련 매출 최대 4배 증가 -전화영어부터 공방체험, 홈트레이닝까지 다양 -“주 52시간 근무계기로 관련 수요 더 증가할것”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 직장인 최모(29ㆍ남) 씨는 올초부터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요리 강좌를 듣고 있다. 자취생활을 하며 요리에 흥미를 가졌지만 잦은 야근 탓에 본격적으로 배워볼 엄두는 못냈다. 올 들어 사내에서 야근을 지양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비로소 퇴근 후 일상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수강료와 저녁 외식비 등 지출은 많아졌지만 새로운 활력이 생겼다는 점에서 만족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문화가 확산되면서 자기계발이나 취미 활동에 지갑을 여는 직장인들이 신(新)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워라밸’ 문화가 확산되면서 자기계발과 취미활동 등에 지갑을 여는 직장인들이 신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쿠첸이 지난달 10일 서울 강남구 쿠첸 체험센터에서 진행한 점심 쿠킹클래스 모습.  [제공=쿠첸]
‘워라밸’ 문화가 확산되면서 자기계발과 취미활동 등에 지갑을 여는 직장인들이 신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쿠첸이 지난달 10일 서울 강남구 쿠첸 체험센터에서 진행한 점심 쿠킹클래스 모습. [제공=쿠첸]

광고회사 이노션은 최근 보고서에서 워라밸 유형에 따른 신소비층을 ▷홈매니저형 ▷사교형 ▷뷰티형 ▷헐크형 ▷금손형 등으로 분류했다. ‘홈매니저형’은 집 꾸미기 등 가정 생활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사교형’은 맛집 탐방이나 여행, 파티 등을 즐기며 만족감을 느낀다. ‘뷰티형’은 다이어트, 마사지 등 자신을 가꾸는 일에, ‘헐크형’은 건강을 위한 운동에 집중하는 유형이다. ‘금손형’은 각종 공예와 같은 취미활동을 즐기는 유형을 일컫는다.

실제로 이들 신소비층을 중심으로 자기계발과 취미활동 상품 매출이 올들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커머스 기업 위메프가 올해 1~5월 관련 매출을 조사한 결과 전년 동기에 비해 최대 4배 이상 증가했다.

자기계발 상품군 중 ‘전화영어’가 전년보다 325.86% 급증했다. 취미 상품 중에서는 가죽제품, 도자기, 캔들 만들기 등 ‘공방 체험’(359.36%) 상품이 가장 크게 늘었고 ‘꽃꽂이’(204.15%)가 뒤를 이었다. 오카리나(34.36%), 디지털피아노(27.57%), 우쿨렐레(18.67%) 등 다양한 악기도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최근 생활물가 상승세와 맞물려 집에서 운동을 즐기는 ‘홈트(홈트레이닝)족’도 큰손으로 부상했다. 위메프에서 올해(1~5월) 매트, 링, 짐볼 등 필라테스 관련 용품 매출은 전년에 비해 39.92%, 필라테스복 매출은 43.85% 늘었다. 5월 한 달간 매출을 보면 필라테스 용품이 91%, 필라테스복이 64%로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더워지는 날씨와 미세먼지 등의 영향으로 홈트레이닝 관련 매출은 더욱 늘 것으로 위메프 측은 전망했다.

워라밸 열풍으로 인한 자기계발 수요 덕분에 백화점도 미소짓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해 아카데미 회원의 구매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관련 매출은 전년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백화점 전체 신장률인 4.6%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는 워라밸 영향으로 저녁시간대 백화점 문화센터를 찾는 직장인들이 증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아카데미 회원의 월 평균 백화점 방문 횟수는 8회로, 월 평균 1.2회 백화점을 찾는 일반 고객보다 내점 횟수가 약 6배 많다. 강좌를 듣기 위해 정기적으로 백화점을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매출도 발생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에 보다 의미를 부여하는 워라밸족이 늘면서 홈퍼니싱(집 꾸미기) 수요도 증가세다.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11번가에서 판매된 리모델링 가구 거래액은 2015년 같은 기간에 비해 390% 뛰었다. 집안 베란다 등 자투리 공간을 나만의 휴식 공간으로 꾸미려는 수요로 인해 라탄 의자, 야외용 테이블 등 아웃도어 가구 거래액도 같은 기간 83%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계기로 퇴근 후 자기계발에 나서거나 취미 활동을 즐기는 수요가 더욱 늘 수 밖에 없다”며 “백화점 문화센터는 직장인 대상 강좌를 늘리고 온ㆍ오프라인몰은 홈퍼니싱ㆍ홈트레이닝 상품군을 확대하는 등 이들 신소비층을 공략하기 위한 유통가의 행보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