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북한 조명록 차수가 미국을 방문하여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이래 북한 고위급 인사로는 처음으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하여 뉴욕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장관과 협상을 벌였다.
김영철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로 하면서 미국과 북한의 핵폐기 관련 합의가 접점을 찾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핵협상이 순조로운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1970년대 이래 사활적 핵개발을 했던 북한 정권의 특성을 감안하면 너무 빠른 협상이 오히려 걱정스러운 면도 있다.
북한은 핵폐기 과정을 가급적 길게 가져가면서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고 경제 숨통을 틘 후 정치적 활로를 모색하다 미국의 정권이 교체된다면 핵을 남긴 채로 다시 새로운 상황을 만들려 할 것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11월에 있을 중간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초단기적 성과를 올린 후, 2년 후 대선에서 재집권 호재를 만들기 위해 다시 임팩트 있는 모습을 연출하려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단기적 성과에 집착한 조급함은 자칫 우리 입장에서 나쁜 핵협상이 될 수 있다. 바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과 핵탄두 일부만 미국으로 가져가 폐기 행사를 하는 것이다. 북한은 여기까지 양보한 후 핵탄두 일부를 남겨 검증단계를 길게 가져가고 핵동결 후 현실적 핵보유국이 되는 상황을 만들고 싶을 것이다.
북한이 약 200여발 보유중인 노동미사일은 사정거리가 1300㎞에 이르러 한반도 전역은 물론 일본까지 타격할 수 있다. 또 700발 가량 보유중인 스커드미사일도 핵 장착이 가능하다. 미국을 공격할 수 없지만 한국과 일본을 충분히 핵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상태에서 북한이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해 버린다면 우리에게는 최악의 상황이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노동미사일의 위협을 일본도 같이 느끼고 있는 점이다. 따라서 일본과 협조해 곧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아베 신조 총리가 북한의 핵탄두 전체와 탄도미사일 전체에 대한 폐기 요구를 강력히 주장하도록 해야 한다.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을 폐기하기 위해 상호주의원칙으로 우리 탄도미사일도 폐기할 각오를 해야 한다. 일본에게 은근히 부담될 우리 탄도미사일을 폐기하는 조건으로 북한 전체의 탄도미사일 폐기를 관철하는 거래가 성사된다면 손해 보지 않는 장사다.
정상국가인 우리는 미래에 필요하다면 탄도미사일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므로 아깝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또 미국의 대중국 미사일방어체계(MD)의 핵심인 성주 사드기지의 계속 주둔을 선제적으로 보장하여 북한 비핵화 이후 사드기지 철수 여론에 대한 미국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줄 필요도 있다.
6ㆍ12 북미정상회담은 우리 민족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대사다. 하지만 관계개선에만 몰입하여 정작 중요한 북한 비핵화를 놓친다면 후폭풍은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남은 기간 우리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북한 핵무기에 대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폐기’(CVID)를 관철해야 한다. 그런 뒤라면 우리 모두가 염원하는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협정 체결 등을 국민 모두의 축복 속에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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