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 증권사 “대형 주선사 믿고 매입했는데”…“공동 법정 대응 불사” - 금감원 “책임 소재 가리기 위해 사실관계 파악 중”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디폴트 사태의 여파가 개인 투자자들로 미치자, 문제의 채권에 대한 신용평가를 담당했던 나이스신용평가와 이 채권유통에 관여했던 한화투자증권에 비난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사는 각기 향후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피해를 본 증권사들이 공동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가운데 금융감독원도 사실 파악에 나섰다.
1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피해의 원인이 어디 있는지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피해의 책임 소재가 한화투자증권에 있는지, 부실신용평가 의혹을 받고 있는 나이스신용평가에 있는지 아직 명확히 판단하기 이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CERCG에 대한 중국 정부 지원가능성을 근거로 ABCP에 ‘A2’ 등급을 부여한 나이스신용평가의 책임과 별도로 금융 주선사인 한화투자증권 역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5월 초 한화투자증권의 주도 아래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 ‘금정제십이차’는 CERCG의 역외 자회사인 CERCG오버시즈캐피탈이 발행한 1조500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ABCP를 발행했다. 그러나 지난 25일 CERCG가 보증한 3억5000만달러 규모의 자회사 회사채가 만기일 내 원금 상환에 실패하면서 동반 채무 불이행이 발생했다. 한화투자증권 등의 주선에 따라 1150억원 규모의 ABCP를 매입한 현대차증권, KB증권, 유안타증권, 신영증권 등은 손실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 상품을 펀드에 편입한 자산운용회사도 펀드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힐 처지에 놓였다.
KTB자산운용의 ‘KTB전단채증권투자신탁’의 경우 전체 설정액 4000억원 중 200억원을 문제의 ABCP를 매입하는데 썼다. KTB자산운용은 200억원 중 80%에 해당하는 자산을 상각처리하고 31일부터 환매를 재개했다. 해당 펀드에 가입한 개인투자자가 입은 손실 규모는 설정액의 약 3.9%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폴트 여파가 증권사의 고유 자산 뿐 아니라 개인 고객으로까지 미치자 증권사들은 공동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나이스 신용평가와 한화투자증권이 주선했던 만큼 믿고 진행했는데 이들은 수수료만 챙기고 제 역할을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우선 채권 회수를 시도한다니 결과를 지켜보겠지만 손해 배상 청구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나이스신용평가와 한화투자증권은 이같은 비판에 대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한화투자증권 측은 ABCP 발행 당시 현장 실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자본시장법 상 주관사가 아닌 인수 주선사이기 때문에 현장 실사 의무는 없다. 다만 SPC를 설립한 만큼 자산관리의 책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음주 중 채권단과 함께 현지에 가서 면담 등 사태 해결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입장문을 통해 “당시 CERCG에 대한 정부 지원 가능성을 ‘보통’으로 평가했고 최종신용등급은 자체신용도 대비 1노치(notch) 높은 A로 평가했다”며 “공기업 여부를 잘못 판단했다는 주장은 당사의 신용평가방법론에 대한 무지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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