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정상궤도에 진입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7일(현지시각) 언급은 이같은 확신을 주기에 충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나는 진실로 북한이 눈부신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언젠가는 경제적, 재정적으로 위대한 나라가 될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나와 의견을 같이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적 번영을 거론하며 김 위원장와 공감대 형성을 시사한 것은 북미정상회담 사전 접촉이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미국 팀이 김정은과 나의 정상회담 준비를 하기 위해 북한에 도착했다“고 확인해 준 것도 진일보한 의미가 있다. 실제 북미 정상회담 의제 협상을 위해 한반도 통이며 한국어에 능통한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백악관 외교안보 실무자들이 28일까지 판문점 북측지역에서 비공개 접촉을 갖고 있다. 북측에서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최강일 북아메리카 국장대행 등이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 발표로 벼랑끝까지 갔던 미북정상회담이 극적으로 다시 살아났다는 뜻이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천재일우의 기회를 이어가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대화에 임하는 북측의 자세가 유연해진 것 역시 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대목이다.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차 남북정상회담을 보면 확연히 달라진 북한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이번 회담은 김 위원장의 요청에 의해 성사됐다.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만나자는 북측의 제안 자체가 이전에 없던 일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 발표에도 “회담을 계속할 뜻이 있다”는 성명을 낸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강수에는 초강수로 대응하던 특유의 벼랑끝 전술과는 확연히 다르다. 북한이 실리를 중시하는 외교를 지향한다면 그만큼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하는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

북미간 싱가포르 회담 바퀴가 다시 구르기는 했지만 언제든 걸림돌에 넘어질 수 있다. 북한 비핵화의 구체적인 방법론, 체제보장의 수위, 경제 보상의 규모 등을 둘러싼 양보할 수 없는 기싸움은 불가피하다. 암초는 여전하고 판은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는 안되는 일이다. 북한과 미국이 불신을 걷어내고 진정성과 성실한 자세로 임하는 것이 남북한과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 국제사회를 위하는 길이다. 북미정상이 통 큰 행보를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