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상갈등에 미ㆍ중으로 떠나는 기업들 - “탈원전ㆍ탈석탄 속도조절 고려해야”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외교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대응한 것은 ‘더 뺐기지 않겠다’는 방어에 불과하다.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려는 구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
미ㆍ중의 전방위적 통상압박이 거세진 상황에서 진행된 문재인 정권 1년간의 통상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방어보다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기업들이 이를 견디다못해 외국으로 눈을 돌리는 현상을 두고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국가 산업의 기반이 되는 에너지정책에 대해선 ‘탈원전’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는 과정의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 통상 압박 가시화된 1년…대응은 ‘속수무책’= 지난 1년 간 미국은 FTA 재협상과 환율조작국 지정 압력을 가하며 한국 경제를 압박했다. 또 중국도 지속적으로 반덤핑 관세 품목을 늘리는 등 자국산업 보호에 나서자 국내 기업들은 불안한 시선으로 상황을 주시했다. 여기에 미중 양국간 무역전쟁 위험까지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노력은 미흡했다는 평가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미국은 법인세와 상속세를 인하하는 등 기업들에게 당근을 주며 일자리를 늘리려는 반면, 이 정부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그 당근이 거의 없어졌다고 본다”라며 “반덤핑 관세 등 통상이슈에 대응하는 것은 단기적인 정책이고 보다 구조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생산활동을 많이 할 이유를 만드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향후 통상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궁극적인 목표가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와 자국 내 일자리 창출인 만큼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 분석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국익 우선주의의 정체를 잘 파악해야 한다”라며 “무역적자를 줄이고자 하는 목표를 두고 본다면 한미FTA와 환율을 별개 문제로 생각했던 통상교섭본부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에너지 전환 로드맵’은 천천히 진화 중= 지난 1년간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탈석탄ㆍ탈원전’과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로 요약된다. 전문가들은 과속하는 에너지정책에서 야기된 혼란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당부했다.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정책의 청사진은 지난해 12월 공개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재생에너지3020 이행계획’에서 드러났다. 2030년까지 원전을 18기로 줄이고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 7기를 종료시키고, 2030년까지 태양광ㆍ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같은 기조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 발전공기업과 민간발전사들의 석탄발전량은 오히려 늘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소는 지난해 23만8919GWh의 전력을 생산해 2016년 21만3803GWh보다 10% 가량 늘어났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략정책연구본부장은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정책이 변화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크게 이견이 없는 것 같다”라며 “이행하는 과정에서 이미 계획돼 있던 원전이나 석탄발전량이 반영돼 일시적으로 역행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근 전력수요를 조절하고 탈석탄 기조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용 전력요금을 재편하고 LNG에 붙던 각종 세제를 개편하려는 의지를 확인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서고 있다.
탈원전 정책이 성급하게 진행돼 정책안정성은 물론 기업에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공동대표를 맡은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성급한 탈원전 정책으로 에너지 정책 전체가 혼란을 겪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가장 먼저 북한에 들어갈 지원이 전력 공급이 될 텐데, 과연 원전 없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전면적인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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