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쇼핑몰 최대 키덜트숍 갖춘 아이파크몰 방문기 -평일 오후에도 북적…점심시간 쪼개 나온 직장인 상당수 -대표 매장 ‘타마시이네이션스’ 월 방문객 10만명 수준 -“경제력 있는 키덜트 늘면서 관련 시장 더 커질 것”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서울시내 한복판에 키덜트(Kid+Adult) 성지(聖地)가 있다고?’.

어린이날을 닷새 앞둔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현대아이파크몰 리빙파크 6층으로 향했다. 이곳에선 365일이 ‘어른이날’이다. 국내 쇼핑몰 최대 규모의 키덜트 전문 편집숍 ‘토이앤하비’가 업무에 찌든 직장인,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대학생을 반긴다.

가장 북적이는 곳은 ‘타마시이네이션스(TAMASHII NATIONS)’ 매장이다. 건담과 드래곤볼, 도라에몽 등 초합금 피규어로 유명한 ‘반다이’사의 피규어를 취급한다.

평일 오후에도 매장 곳곳에서 건담 ‘덕후’들을 만날 수 있었다. 30~40대 넥타이 부대는 물론 10대 아들과 함께 나온 부부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만난 직장인 조모(32ㆍ남) 씨는 건담을 모으기 시작한지 석달째인 새내기(?)다. 요즘 틈날 때마다 매장을 찾는다며 웃어보였다. 피규어는 한 달에 서너 개 정도 구입한다. 비용으로 따지면 월 10만~20만원, 많을 때는 40만~50만원 수준이다. 그는 “돈 없어서 못사는 게 아쉬울 뿐이지 (피규어에 소비하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했다.

조 씨와 같은 건담 마니아들로 주말에는 계산대 앞 대기선 밖까지 긴 행렬이 늘어선다. 흥미로운 것은 평일 점심시간에도 대기줄이 생긴다는 점이다. 대부분 점심시간을 쪼개 매장을 찾은 직장인들이다. 이들 덕에 타마시이네이션스 매장의 실 구매자는 월 2만명, 매장 방문객은 그 5배인 10만명에 달한다.

프라모델 매장 ‘타미야(TAMIYA)’도 활기가 넘쳤다. 구매건수가 많을 때는 하루 200건에 달한다. 1만~2만원대 미니카를 선택한 가족 단위 구매객부터 수십만원대 제품을 문의하는 남성 고객까지 다양했다.

“지난 주말에는 120만원짜리 트랙터 키트를 사간 손님도 있다”고 매장 직원은 귀띔했다. 매장 한 구석에선 직원과 손님이 함께 미니카를 함께 조립하고 있었다. 단순히 구매만 하는 공간이 아닌 프라모델을 좋아하는 키덜트의 놀이터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일본 최대 캐릭터 유통사 ‘애니메이트(animate)’의 한국 1호점도 아이파크몰에 자리했다. 이곳은 키덜트 여성들에게 인기만점이다. 다른 매장 방문객 성비가 남녀 9대1이라면 이곳은 3대7 정도로 여성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가장 인기있는 상품은 가상 아이돌 음반이다. 일부는 품절돼 구색이 단출해진 모습이었다.

닌텐도 게임기와 타이틀을 취급하는 전문 상설 매장도 지난해 말 문을 열었다. 그간 닌텐도 제품을 취급하는 온라인몰은 있었지만 오프라인 매장이 생긴 건 처음이다. 닌텐도 게임기 역시 20~30대 키덜트가 열광하는 아이템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12월 24일)에는 하루에만 1억1000만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

블록완구의 대명사 ‘레고’와 드론 전문 매장, 한류스타 굿즈 매장도 아이들 아닌 성인들의 놀이ㆍ체험 공간으로 자리잡은 모습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키덜트’를 단순히 철없는 어른으로 생각했지만 경제력을 갖춘 이들이 이제는 문화산업을 이끄는 주체로 자리잡았다”며 “수집욕구가 있는 분야에 아낌없이 투자하기 때문에 이들의 지갑을 열게 할 키덜트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