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특보 논란 직접 진화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이며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전날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의 기고문으로 촉발된 주한미군 철수 논란을 하루만에 직접 나서 진화한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을 전하며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조금 전 문 특보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의 이런 말을 전달한 뒤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3면
문 특보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혀 파장이 일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외교현안과 관련된 문 특보의 발언에 직접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는 지난해 6월에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합동군사훈련 축소발언을 한 문 특보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당시에만 해도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 청와대는 당시 문 특보에게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부분에 대해 엄중하게 말했다”면서도 “학자로서 개인 견해다. 청와대와 조율되지 않은 것”이라고 거리를 뒀다.
이번에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논란을 진화한 데는 어렵게 마련된 한반도 평화모멘텀에 변수가 생기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북미간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합의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남북 경제협력 사업도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가 풀려야 가능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에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는 것을 우려해 경고사실을 밝힌 것인가’는 질문에 “불필요한 혼선이 빚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게 우리들 입장”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앞서 청와대는 이날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도 주한미군의 국내 주둔이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평화협정 이후에도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정부 입장은 주한미군이 중국과 일본 등 주요 강대국들의 군사적 긴장과 대치 속에서 중재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전날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주한미군은 대북 억제력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와의 군사적 균형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철수 요청을 할 이유가 없다”며 “북한도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이나 위협이 똑같기 때문에 굳이 주한미군만 문제 삼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미국에서 오히려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 NBC방송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주한미군 철수 방안을 고려했다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제지로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보도를 부인했다.
하지만 ‘주한미군 철수’는 한미 혹은 한반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만지작거린 주요 협상카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과정에서 주한미군 주둔문제를 연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자문을 해온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주한미군 철수를 북핵협상 카드로 활용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북핵해법으로 주한미군 철수하는 내용의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가 경질되기도 했다. 당시 워싱턴가에서는 배넌 전 수석전략가가 트럼프 대통령의 ‘본심’을 말해 경질됐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대다수의 현지 언론과 군사전문가들은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고 있다. 1976년 미 대선에서 당선된 지미 카터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군의 거센 반발 등으로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하더라도 미 의회의 반발로 철회될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 강령에도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내용은 실리지 않았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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