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몰 군산점, 문 열자마자 ‘이중규제’ 날벼락 -롯데몰 상암도 5년째 표류…소비자들만 피해 -일각 “대규모 유통시설은 지역경제 핵심인데…” -“소비자 의견 반영하는 균형적인 시각 필요”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유통업체들이 골목상권 규제와 지역상권 반발에 발목이 잡혀 꼼짝을 못하고 있다. 유통산업은 고용 창출 효과가 크고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지역상권을 고사시킨다’는 반발에 부닥쳐 신규 출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도한 유통 업종 규제로 인해 정작 소비자만 불편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전북 군산에 문을 연 ‘롯데몰 군산점’은 문을 닫아야 할 상황에 놓였다. 롯데쇼핑은 2016년 군산지역 소상공인협회를 주축으로 한 단체와 상생방안에 합의해 10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하고, 650여명의 지역 주민을 채용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또 다른 군산시 3개 협동조합이 중소벤처기업부에 롯데몰 군산점에 대한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롯데몰 군산점 개점 3년 연기, 260억원 규모의 상생 펀드 조성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롯데쇼핑은 7~8차례의 만남을 갖고 협의에 나섰지만 최종 합의를 하지 못했다. 중기부는 개점예정일 하루 전인 지난달 26일 사업개시 일시정지를 권고했지만 롯데쇼핑은 예정대로 27일 롯데몰 군산점 문을 열었다. 결국 중기부는 롯데몰 군산점에 대해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을 근거로 ‘사업개시 일시 정지’ 이행 명령을 내렸다.
롯데쇼핑은 롯데몰 군산점에 1800억원을 투자했다. 현재 166개 매장에서 760여명이 일하고 있다. 영업정지가 장기화 될 경우 입점 상인, 직원, 협력사는 물론 고객까지 큰 피해를 입게된다.
쇼핑몰 입점을 둘러싼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롯데복합쇼핑몰 사업도 5년째 표류 중이다. 롯데그룹은 2013년 서울시로부터 DMC역 인근 부지 2만644㎡를 1972억원에 매입했지만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지역 주민들은 하루 빨리 쇼핑몰 건립을 원하지만,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인허가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애초 계획대로 2016년 말에 롯데몰을 열었더라면 지역주민 5000여명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신세계백화점이 2015년부터 추진하던 경기 부천 상동 영상복합단지 백화점 건립 사업은 아예 무산됐다. 부천시는 2015년 영상문화산업단지 복합개발 사업 우선협상자로 신세계를 선정했다. 신세계 측은 7만6034㎡ 부지에 백화점ㆍ대형마트를 포함한 복합쇼핑몰을 지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인근 상인 단체들이 격렬하게 들고 일어났고, 신세계는 사업 부지를 3만7373m²로 축소해 백화점만 짓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그럼에도 인천 부평구 전통시장 상인들은 반발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인천시와 부천시의 ‘지자체 갈등’으로 샌드위치 신세가 된 신세계는 해당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규제가 유통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규모 유통업체는 사업 시작단계에서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해당 요건을 충족해 정상적으로 점포를 오픈해도 입점 시점에서 또다시 상생법의 규제를 받는다. 지역 중소상인들이 중기부에 사업조정을 신청할 경우 추가로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실상 ‘이중규제’인 셈이다.
이 같은 과잉 규제로 불편을 겪는 것은 소비자다. 쇼핑몰 입점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소상공인들의 경우 ‘지역상인회’, ‘대책위원회’ 등의 이름으로 단합해 의견을 피력하는 반면 입점을 지지하는 소비자들은 이 같은 구심점이 없어 논의에서 제외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현재 유통 관련 규제는 소비자가 아닌 골목상권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지역 상인에게 맞춰져 있다”면서 “제조업은 공장 자동화로 인해 고용창출 여력이 없는 반면, 서비스업은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골목’의 논리에 갇혀 혁신, 일자리 창출 기회를 날리고 있다”고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도 “현재 대규모 점포 출점 논의 단계에서 정부와 시장만 있을 뿐, 소비자의 권리는 빠져있다”며 “대규모 점포는 지역 주민의 여가 생활과 일자리 창출을 책임지는 핵심 시설인만큼 소비자의 의견도 반영할 수 있는 균형적인 ‘룰 세팅’이 필요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