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시장 ‘보물섬 ’된 이마트 상생스토어 전통시장과의 실질적인 상생 이뤄 상인들도 상권 활성화에 함박웃음 놀이터·고객쉼터도 설치 집객효과
지난 5일 오전 11시 45분께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 시장 상인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질척이는 시장 바닥의 빗길을 가르고 도착한 곳은 경동시장 신관. 이미 상인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입소문을 탄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위치한 곳이다. “아따 이게 말로만 듣던 거시여?”, “후딱 보고 가자니께”, “워메 기깔차구마”라고들 하며 굳은 목 근육을 풀고 입구를 올려다보길 한번, 내심 경탄을 금치 못하는 상인들은 헛기침을 하고 계단을 오른다.
2층에 들어서니 쨍한 형광등이 침침한 시야를 밝힌다. 새로나패션, 서울인삼. 을화인삼, 미미상회…. 정겨운 간판이 세련된 인테리어에 녹아있다. 260평의 공간에 인삼과 홍삼, 약재류 등을 판매하는 29개 상점들이 질서정연하게 배치돼있다. 상인들은 정성스럽게 진열한 절편, 하수오, 마 등을 매만지며 북적거리는 매장을 생소하게 바라본다.
“여기 상가(신관)가 구석진 데 있어서 사람들이 잘 안와. 노브랜드 들어오고 분위기도 환해졌으니 젊은이들도 더 많이 오겠지?”. 동훈인삼을 30여년간 운영한 장모(71ㆍ여) 씨의 얼굴에선 설렘이 묻어난다.
신관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실이 60%나 됐던 곳으로, 경동시장 안쪽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해 있는 ‘외딴 섬’ 같은 곳이었다. 경동시장과 이마트가 손을 잡고 신관 2층 전체를 리뉴얼하면서 이제는 동대문 일대 20~30만 유동인구를 흡수하는 ‘보물섬’으로 재탄생했다. 상생프로젝트는 이마트가 전통시장 빈 공간에 노브랜드 매장과 각종 편의시설을 입점시켜 상권을 활성화하는 프로젝트다.
상점들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니 노브랜드 경동시장점이 보인다. 상인들이 허리춤에 노브랜드 상품을 가득 끼고 매장을 활보한다. 경동시장에서 40여년간 장사를 했다는 김분순(70ㆍ여) 씨는 “여기서 파는 달달한 과자나 설탕 같은 거 사려면 원래 저기 위에 식자재 시장으로 한참 걸어 나가야 하는데, 노브랜드 매장이 생기니까 너무 편하다”고 했다. 김 씨는 이날 노브랜드 버터쿠키와 식초를 구매했다. 경동시장과의 상생을 위해 노브랜드 상생 스토어는 냉동 과일ㆍ축산을 제외한 일반 채소, 과일, 건어물, 수산 등을 판매하지 않는다.
같은 층 안쪽의 편의공간에는 ‘어린이 희망놀이터’가 있다. 희망놀이터는 블럭방, 볼풀 놀이터, 어린이 도서관과 화장실, 수유실 등으로 알차게 꾸며져 있다. 이날 인근 어린이집에서 60여명의 아이들이 희망놀이터를 찾았다. 볼풀에 몸을 던지며 자유를 만끽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났다.
성문순 구립 해오름 어린이집 원장은 “동대문에 주택가는 많지만 정작 주변에 약령 시장, 한약 상가 등 전통시장 밖에 없어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곳이 마땅히 없었다”며 “아이들과 함께 찾을 수 있는 곳이 생겼다”고 했다.
‘앤라운지’ 공간에는 재능기부카페 ‘카페 숲’과 작은도서관이 있다. 스타벅스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재능기부로 공유해 카페 바리스타 교육을 제공하고, 시장상인 자녀와 청년 바리스타를 고용한다.
이날 글로벌 라운지를 찾은 호르헤 씨는 “내가 태어난 미국 애리조나주에는 이렇게 전통적인 시장과 현대적인 공간이 어우러진 곳이 없다”며 “청량리 청과물시장, 동서시장 등 인근 전통 시장을 가로질러야만 이곳에 올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고 했다.
박로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