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임금 저효율 구조의 고착화로 위기에 처한 한국 자동차 산업이 미래차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완성차 기업들의 연구개발(R&D)비 비중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우리 정부의 미래차 육성 청사진도 경쟁국과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2면 28일 국내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으로 대표되는 미래차 시대는 기존 한국 기업들의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격자)’ 전략이 잘 통하지 않는다.
각종 첨단기술을 따라잡기가 이전보다 훨씬 더 어렵기 때문에 경쟁우위를 선점한 기업만이 생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업체의 연구개발비 투자 비중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비해 크게 뒤처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통계를 재구성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의 연구개발 투자 비용은 17억6000만 유로로 매출액(736억 유로) 대비 2.4%에 불과했다. 12억 유로를 연구개발에 투자한 기아차도 매출액 대비 비중은 2.91%였다.
두 회사 모두 연구개발비 투자에 있어 글로벌 주요 완성차 기업 중 최하위권에 머문 것이다.
반면 미국의 GM(76.8억 유로ㆍ4.87%)이나 포드(69.3억 유로ㆍ4.81%), 일본의 도요타(75억 유로ㆍ3.35%)나 혼다(53.6억 유로ㆍ4.71%)는 훨씬 더 많은 금액과 비중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BMW(51.6억 유로ㆍ5.48%)나 다임러(75.4억 유로ㆍ4.91%), 폭스바겐(136.7억 유로ㆍ6.29%) 등 독일 업체들과의 격차는 훨씬 크다.
미래창조과학부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과 함께 평가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스마트자동차기술과 환경친화자동차기술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에 비해 80% 내외 수준에 불과하다. 후발주자인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며 한국을 위협하는 모양새다.
물론 기업 탓만은 아니다.
국가 주도로 미래차를 집중 육성하는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 정부의 지원이 그리 신통치 않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다.
다국적 컨설팅 기업 KPMG인터내셔널이 지난달 발표한 ‘자율주행차 준비지수’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 20개국 중 10위에 불과했다.
기업을 평가한 항목에서는 대체로 괜찮은 평가를 받았지만, 정부를 평가한 일부 항목에서 평균 이하점을 받으면서 순위가 곤두박질쳤다. 한국이 가장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항목은 정책ㆍ제도분야(14위)다.
친환경차 정책 역시 기대에 못 미친다. 현대차가 최근 글로벌 톱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수소전기차 넥쏘(NEXO)를 국내에 출시했지만 국고 보조금 예산은 첫날 예약판매 대수(733대)에 크게 못 미치는 240여대 분량(1대당 2250만원)에 불과했다.
보조금 지급이 안 될 경우 대규모 예약 취소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수소전기차를 2022년까지 1만5000대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년 600억~700억원의 보조금 예산이 필요한 셈이다. 그런데도 올해 책정된 보조금 예산규모는 이월된 예산을 모두 끌어와도 54억원에 불과하다.
턱없이 부족한 인프라도 문제다.
현재 국내 수소충전소는 최근 구축된 3곳을 포함해 총 15곳으로, 이마저도 민간이 이용 가능한 곳은 6곳에 불과하다.
환경부는 국내 수소충전소를 2030년까지 520개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초기 시장 선점이 매우 중요함을 감안하면 지원 속도가 너무 더디다는 지적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수소충전소 100기를 이미 설치했고 2030년까지 수소충전소 900기, 수소전기차 80만대 생산을 목표로 세운 상태다.
수소차까지 갈 것도 없이 이미 대세로 떠오른 전기차만 봐도 국내 인프라는 아직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중국과 일본, 유럽 국가들이 차세대 자동차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대적인 전기차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은 미세먼지 감축 방안의 일환으로 오는 2022년까지 전기차 35만대 보급 등을 목표로 밝혔지만 올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 지급되는 국고 보조금은 전년 대비 절반으로 줄였다.
배두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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