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주회사 체제 아닌 지배회사 구조로도 그룹 지배력 ‘자신감’ - 현대기아차 경쟁력 유지, 대형 M&A 용이 등 장점에 ‘묘수’ 평가 - 정몽구ㆍ정의선 父子 양도세 1조원 이상 내며 사회적 책임 완수 - 공정위 “시장 요구 부응한 지배구조 개선 노력 긍정적으로 평가”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끊는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예상과 달리 지주사 전환이 아닌 지배회사 체제를 선택한 배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애초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두고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3사 인적분할 후 지주회사로 합병 ▷현대모비스-현대차 2사 인적분할 후 지주회사로 합병 등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로 흘러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 기업들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압박 수위를 높여온 터라 현대차그룹 역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것이란 예측이 가장 합리적 전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이같은 예상을 깨고 모듈과 A/S부품 사업부문을 떼어낸 현대모비스를 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로 두는 출자구조 재편안을 선택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처럼 지주사가 아닌 지배회사 구조 방식을 택한 것에 대해 ▷완성차 사업의 경쟁력 유지 ▷향후 대규모 인수합병(M&A) 용이 ▷대주주의 사회적 책임 완수 등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현대ㆍ기아차 경쟁력 유지ㆍ향후 대규모 M&A 염두에 둔 선택= 현대차그룹은 현대ㆍ기아차를 각각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해 지주사로 전환했을 경우 두 회사의 미래 사업 확장성 훼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과 같은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을 통하면 현대차그룹의 핵심 사업인 완성차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계열사는 변함없이 현대차와 기아차가 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최근 완성차 업체들은 유망업체 인수작업에 직접 뛰어들어 미래차 등 혁신사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투자부문을 따로 분리해 반쪽 짜리로 운영하는 곳은 없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풍부한 자금 유동성과 높은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확보하고 있는 현대ㆍ기아차가 미래 사업 확장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지주사 체제 전환이 향후 대규모 M&A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체제를 갖추게 되면 지주사 체제 내의 자회사 등이 공동 투자해 타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인수하려는 기업 규모가 클 경우 한 계열사가 단독으로 인수 부담을 모두 지는 것은 쉽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1년 현대건설을 인수할 당시에도 현대차(21.0%), 기아차(5.2%), 현대모비스(8.7%) 등 3개 계열 회사가 공동으로 지분을 인수한 바 있다.

최근 자동차산업은 미래차라는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유망사업 인수나 합병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몽구 회장ㆍ정의선 부회장 총수일가 ‘사회적 책임’ 완수 의지= 현대차그룹이 지주사가 아닌 지배회사 체제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대주주인 정몽구 회장ㆍ정의선 부회자의 사회적 책임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통상 대기업의 지주사 전환 시 불거지는 대주주의 현물출자와 자사주 활용, 과도한 브랜드 사용료 수취 등의 논란을 원천 차단하고 진정성을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세금을 아끼기 위한 편법적 방법을 지양하고 대주주가 지분거래에 따른 거액의 세금을 모두 납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개편안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실제 대주주와 계열사 간 주식거래가 완료될 시점까지 대주주가 내야 할 양도소득세는 1조원 이상의 천문학적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증권가와 업계 일각에서는 존속회사 현대모비스의 크기를 더욱 키워 수년 내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현재 현대차그룹은 출자구조상 이같은 방식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주회사는 자회사의 주식 소유를 통해 회사를 지배한다는 의미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지배회사와 성격이 유사하지만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총주식가액 합이 자산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0% 이상이어야 한다.

존속 현대모비스의 총자산(18.8조) 중 현대차 등의 총 지분가액은 약 4.1조원으로 그 비율이 22%에 그쳐 50%에 크게 못 미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새로 개편될 출자구조를 기본적으로 유지하되 그룹의 핵심인 자동차 사업을 중심으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보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높이 평가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현대차 기업집단이 시장 요구에 부응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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