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글로벌 무역전쟁’의 전운이 짙어지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내수 기반이 가뜩이나 취약한 상태에서 그나마 수출에 의존해 힘겨운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이번 무역전쟁으로 세계경제의 확장세가 둔화되거나 혼란에 빠질 경우 회복 모멘텀을 급격히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ㆍ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수출까지 약화될 경우 올해 3% 성장도 물건너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글로벌 무역전쟁이 ‘이제 시작’이라는 점도 불안한 요소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철강 수입품에 대한 ‘관세 폭탄’ 방침을 밝힌데 이어 유럽연합(EU)과 중국이 보복을 검토하면서 세계경제는 무역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급격히 빨려들어가는 양상이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를 인상하는 등 무역장벽을 강화하는 것은 불황을 타국에 전가시키는 전형적인 ‘불황수출’ 전략으로, 세계경제에는 물론 궁극적으로 자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각국의 도미노식 불황수출 경쟁으로 세계경제가 침몰한 대표적인 사례는 1920년대 말~1930년대 초의 세계 대공황이었다. 당시 미국 후버 대통령이 ‘스무트-홀리법’을 통해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 등 무역장벽을 높이자, 이에 대응해 각국이 관세 인상ㆍ수입 제한ㆍ통화가치 절하에 나서면서 대공황에 빠져들었다. 이번 무역전쟁으로 대공황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 “미국이 가능성을 높인 무역전쟁은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한 것이나, 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의 조치는 미국 외부뿐 아니라 미국 경제 자체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공황과 이어진 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겪은 이후 자유무역을 통해 번영해온 세계경제의 파멸적 결과를 우려하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이번 무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경제는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될 수 있다. 국내외 경제연구기관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IMF 등 국제기구들이 지난해 후반 이후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 전후로 높인 것은 주로 세계경제의 회복과 그에 힘입은 수출 증가 전망 때문이었으나, 무역전쟁이 본격화할 경우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경제가 3.1%의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15.8%나 증가했던 수출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눈덩이 가계부채로 민간소비가 위축된 상태에서 그나마 반도체 등 수출 호황업종에 힘입어 설비투자도 부분적이나마 활기를 띠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보다 이번 무역전쟁이 한국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사드보복이 중국 진출기업과 한국 관광, 일부 소비재에 집중된 반면,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는 주력 수출품을 타깃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과 EUㆍ중국 등의 보복 및 추가 조치가 이어지며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 우려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