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코앞인데 고발부터 원점으로…기소조차 못해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SK케미칼에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내린 처분에서 변경된 사명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사건 절차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돼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26일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SK케미칼이 회사 이름을 SK디스커버리로 바꾼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이전 회사 명의로 과징금과 검찰 고발 처분을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박종근 부장검사)는 최근 공정위가 접수한 표시광고법 위반 고발요청서의 오류를 발견해 정정을 요청했다.
공정위는 지난 12일 가습기 살균제 제조ㆍ판매 과정에서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SK케미칼에 과징금 3900만원과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었던 SK케미칼은 지난 12월 1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인적분할을 했고, SK디스커버리로 회사이름을 바꿨다. SK케미칼의 이름은 신설되는 회사가 이어받아 지난달 5일 주식시장에 각각 상장까지 했다.
공정위는 책임이 있는 SK디스커버리에 고발과 과징금 처분을 내렸어야 했지만, 이름만 같을 뿐 책임이 없는 회사에 처분을 내린 것이다. 때문에 검찰은 문제가 된 회사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공정위는 이같은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위해 심사보고서를 다시 작성하고 심의절차도 다시 밟아야 한다.
문제는 이 사건 오는 4월 2일로 공소시효가 만료된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공정위가 SK케미칼을 고발한 시점이 연장된 공소시효가 약 50일 남은 이달 중순이었는데, 하지만 공정위의 실수로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 검찰의 수사 시간이 더욱 촉박해 진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표시광고법 위반인 이 사건은 공정위의 고발이 없으면 검찰이 기소할 수 없는 전속고발제 사건”이라며 “공정위의 고발요청서가 부실하게 작성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과거 한 차례 이 사건을 조사했지만 사실상 무혐의인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고, 외압 논란까지 일며 불신을 받았다. 김상조 위원장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평가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하고 두 차례 허리를 숙이며 “통렬히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인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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