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회사’ 통해 1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 -효성가 ‘형제의 난’ 3년 만에 수사 본격화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100억 원대 기업 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준 효성 회장이 17일 검찰에 나서 “집안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친동생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의 고소ㆍ고발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20분께 서울 서초동 검찰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새 정부 들어 재벌 총수로서는 처음으로 검찰에 출석하는 심경을 묻는 질문에 “성실히 조사 받겠다”고 답했다. 취재진이 이어 비자금 조성 혐의, 부실 계열사 지원 혐의 등을 인정하는지 묻자 “집안 문제로 여러 가지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 조사실로 향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 김양수)는 조 회장을 상대로 부외자금 조성을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 업무상 정해진 용도 외에 다른 곳에 쓰도록 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과 관련자들의 진술 내용을 종합해 조 회장에 대한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조 회장의 측근 효성그룹 건설 부문 박모 상무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구속됐다. 반면 또 다른 측근 홍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두 차례 기각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법원은 이달 초 홍 씨의 영장을 기각하며 “배임 부분에 대한 가담 여부와 역할 및 관여 정도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100억 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년 동안 효성 그룹과 납품 업체의 설비 거래 과정에 측근 홍 씨가 세운 유령회사를 끼워넣어 약 120억 원의 ‘통행세’를 챙겼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이 돈으로 조 회장의 비자금을 조성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내사를 벌여왔다.
또 검찰은 조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부실 계열사 등에 효성그룹이 수백억 원대 부당지원을 하도록 하거나, 친분이 있는 미인대회 출신 영화배우 등을 허위 채용해 급여를 지급했다는 의혹도 조사하고 있다.
효성의 비자금ㆍ경영비리 의혹은 조 전 부사장이 2014년 7월부터 친형인 조 회장에 대해 수십 가지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이른바 효성가(家) ‘형제의 난’으로 불린다. 검찰 수사는 3년여 동안 진척을 보이지 않다가 지난달 서울 마포구 효성 본사 및 효성 관계사, 관련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효성 관계자는 “오래된 사안이고 조현문 변호사가 고소ㆍ고발한 건”이라며 “수백억 원대 비자금 조성 등 의혹이 있다고 하지만 억측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