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한국시리즈 기아 대 두산과의 1차전에서 시구에 나섰다. 문 대통령의 시구는 극비에 부쳐져 시구행사 직전까지 아무도 누가 시구할 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김응용 전 타이거즈 감독이 시구할 거라 보도해 김응용 시구행사로 알려진 상황이었다.
드디어 경기 시작 직전 시구행사 차례.
알려진대로 김응용 전 감독이 마운드에 올랐으나 김 전 감독은 글러브를 끼지 않고 전방을 물끄러미 주시했다. 이때 관중들 사이에서 박수와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구를 위해 마운드로 걸어나오고 있었다. 극도의 보안 속에 준비된 문 대통령 시구행사 작전은 이렇게 마지막 순간까지 비밀에 부쳐진 채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행사를 위해 이날 6시쯤부터 약 15분간 김응용 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김성한 야구 해설가 등과 함께 시구 연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대학 시절 야구 동아리에서 주장을 맡는 등 한때 투타에서 뛰어난 야구실력을 선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시구연습 종료 약 10분여 후인 6시 25분께 문 대통령은 ‘Korea’라고 적힌 국가대표 야구팀의 파란색 점퍼를 입고 마운드로 올랐다. 그리고 와인드업에 이어 공을 포수석으로 흩뿌렸다. 그렇게 시구행사는 간단히 끝이 났고, 관중들의 환호 속에 물러난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관람석에 자리잡은 뒤 간식을 함께 먹으며 일반 시민들처럼 경기를 관람했다.
여기까지가 문 대통령의 알려진 시구행사의 전말이었다.
그러나 이날 시구행사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역사의 한 장면 같은 순간이 연출됐다.
문 대통령이 시구를 위해 마운드에 오를 때 김응용 전 감독은 함께 걸어나온 심판 한 명을 굳이 가리키며 문 대통령에게 소개했다. 이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자 두 사람이 마운드에 올라 짧게 나눈 대화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당시 김 전 감독은 현역 야구 심판으로 활동하고 있는 고 최동원 롯데자이언츠 투수의 친동생 최수원씨를 문 대통령에게 소개하고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마운드의 한 복판에서 예상도 하지 못한 최수원 심판을 소개받은 문 대통령은 순간 크게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최수원 심판에게 반가운 표정으로 몇 마디 말을 건넨 뒤 마운드에 올라 시구를 한다.
너무 짧아 지나칠 수 있는 장면이지만 누리꾼들은 문 대통령과 최수원 심판의 조우에 대해 “역사의 한 장면”이라며 입을 모으고 있다. 문 대통령과 고 최동원 선수와의 오랜 인연 때문이다.
최동원 선수는 리그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당대 최고의 스타였지만, 당시 프로야구계는 상당수의 선수들이 낮은 연봉으로 안정적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척박한 때였다. 최동원은 그런 선수들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한 선수협의회 창설을 주도했고, 그 과정에서 프로야구계에서 미운 털이 박혀 훗날 고난의 나날을 보냈다. 당시 선수협의 법률고문 변호사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었다고 한다.
고 최동원 선수는 이어 새로운 정치를 주장하며 부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한 적도 있다. 민주당 소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시리즈 시구를 하러 나온 순간에 마침 심판으로 활동 중인 고 최동원 선수의 동생을 만난 것이다.
누리꾼들은 “보기만 해도 훈훈하다”, “얼마나 반가우셨을까요”, “인연이란 것이 참 대단합니다”,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군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sooha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