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노동시장선진화 5법, 이른바 ‘노동개혁’이 고용노동부의 양대지침 공식 폐기 선언으로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양대지침의 변경요건 완화’를 골자로 한 양대지침은 새 정부가 들어선 직후부터 폐기가 예견돼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부터 폐기를 공약했었고, 정부 출범이후 인수위 역할을 맡았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고용부 업무보고에서도 양대지침 폐기가 언급되기도 했다.

‘노동시장선진화법’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처리가 불발되며 20대 국회에서 보수야당에 일부 법안이 다시 발의됐다. 근로시간 단축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구직급여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이 다시 발의돼 국회처리를 기다리고 있지만 정부여당과의 입장차로 별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전 정부의 ‘노동개혁’은 태생부터 노동계의 반발을 맞닥뜨려야했다. 이른바 ‘쉬운해고’와 비정규직 확대 등 고용 안정성에 역행한다는 반발 속에 노사정위원회에서 한국노총이 대타협 파기를 선언하는 등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노동전문가들은 양대지침 폐기 등 새 정부의 잇따르는 노동자 친화적 노동정책에 균형과 함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역대 최대 폭으로 인상된 최저임금과 최근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의 1심 승소로 끝난 통상임금 확대 등 노동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메가톤급 이슈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노동정책이 부작용을 양산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기업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등 비용 증가에 따른 경영 부담 가중에 압박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친(親) 노동자 정책을 쏟아낸다면 기업은 이를 대비할 틈도 없이 글로벌 경쟁력 악화라는 최악의 상황을 마주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노사간 합의를 기반으로 한 여야 정치권의 타협을 통해 단계적으로 노동정책을 확대해 나가지 않으면 새 정부의 노동정책이 정치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비한 노동관련 정책과 법안을 시급하게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며 “과거의 노동정책을 명분과 이념에 사로잡혀 극단적으로 대립하기 보다는 이를 하루빨리 매듭짓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맞는 일자리 확충, 노동자 보호 등 노동정책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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