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범부처 차원에서 입체감있게 추석 민생대책을 내놓은 것은 10일간(9월 30일~10월 9일)의 연휴가 향후 경기향방을 좌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기간에 가계의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민간소비가 활기를 띨 경우 최근 나타나고 있는 경기회복세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하면 경기부진 속에 서민경제가 더욱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경기지표를 보면 수출 중심의 경기회복세가 민간소비 등 내수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수출은 지난해 11월 이후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반도체와 전기전자 등 수출호황 업종을 중심으로 투자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내수지표는 올초에만 해도 다소 회복되는 듯했으나 중반을 지나면서 활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 소비지표인 할인점 매출액을 보면 4월에는 6.8% 증가했으나 5월 3.8%, 6월 1.6%, 7월 1.0%로 둔화되더니 지난달에는 -1.6%의 감소세를 보였다. 신용카드 국내승인액도 올 1~3월엔 12~17%의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지만 6월엔 5.6%, 7월엔 4.2%, 지난달에는 0.3%로 증가율이 눈에 띄게 둔화됐다. 한국은행이 조사하는 소비자심리지수도 지난달에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는 우리경제가 수출ㆍ대기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부분적으로 활기를 띠고 있지만, 이러한 경기회복의 온기가 내수ㆍ중소기업ㆍ자영업 등으로 확산되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도 겉돌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부도 이번 추석 민생대책에 각 부처가 동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두 동원했다.

농축수산물 등 제수용품 공급을 확대해 물가를 안정시킴으로써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해선 공공조달 납품기한 연장과 저리 자금지원 등으로 숨통을 터주기로 했다.

하도급대금 지연이나 임금체불을 차단하는 등 서민과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도 강화키로 했다. 연휴 기간 문화와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고궁과 미술관ㆍ휴양림 등을 무료개방하거나 최대 50% 할인해주고, 지자체에선 다양한 축제도 펼친다.

추석과 전후 하루씩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해 국내여행을 활성화하는 계기로 삼기로 했다. 연휴 직전부터 10월말까지는 전국 규모의 특별할인 행사인 ‘코리아세일페스타’를 펼쳐 이번 연휴를 소비진작의 계기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불확실하다. 단기적으로 소비를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일자리 안정이나 가계의 가처분소득과 같은 기본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인위적인 수요촉진책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층 고용사정이 여전히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고용시장 개선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어 소비심리가 빠르게 호전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 불안요인도 만만치 않다. 북핵 리스크나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등 대외 불안요인도 복병이지만, 14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의 불활실성도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결국 최장 연휴기간 국민들이 소비와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민생대책에 이어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얼마나 실효적으로 펼쳐나가느냐가 향후 경기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진작에 이어 투자와 고용을 촉진할 대책이 필요한 셈이다.

이해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