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3차례 연설문 중에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국민’(58번)이었고, ‘민주’(27번)였다. ‘나라’(21번)도 많았고, ‘시민’(10번)도 있었다. ‘국민’이 나라의 구성원을 통칭하는 말이라면, ‘시민’은 권력 창출의 주체로서 권리와 의무를 강조한, 정치적으로 훨씬 적극적인 존재를 이른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로 상징되는 시민의 힘으로 이룬 권력이라는 대통령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의 인사 발표 기자회견 등 언론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을 제외하고, 지난 10일 취임 후 24일까지 국민들 앞에 서서 한 공식 연설은 3차례다. 10일 국회에서의 취임사와 18일 제 37주년 5ㆍ18광주민주화운동기념식 기념사, 그리고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사다. 이중 취임사는 노무현 정부에서의 대통령 연설기획관이었던 윤태영씨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고, 5ㆍ18 기념사는 신동호 연설기획비서관 내정자가 중심이 된 메시지준비팀이 초안을 작성했으며, 노 전 대통령 추모사는 메시지준비팀이 보조했으나 사실상 문 대통령이 쓴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사는 12분 정도의 길이로 간소해진 취임식만큼이나 과거 대통령들에 비해 짧았다. 대선 때부터 줄곧 주창해오던 새정부 국정운영의 철학을 ‘총론’으로 담았다. “국민통합”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 “권위적 대통령 문화 청산” “안보위기 해결” “한미동맹” 등 국정 전반에 걸친 새정부의 정책 방향을 불필요한 장식과 군더더기 없는 간명한 문장으로 이어갔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명문도 거듭 반복됐다.

5ㆍ18 기념사는 ‘의지’이고 ‘선언’이었다.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있다”며 “1987년 6월 항쟁과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맥을 잇고 있다”고 했다. “새 정부는 5.18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의 정신을 받들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할 것”이라고도 했다.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과 함께 국민 통합의 의지도 강력하게 천명했다.

노 전 대통령 추모사는 문 대통령 본연의 감성이 가장 잘 녹아든 연설이라는 평이 청와대 안팎에서 나왔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님도 오늘만큼은, 여기 어디에선가 우리들 가운데서, 모든 분들께 고마워하면서, ‘야, 기분 좋다!’ 하실 것 같다”고 했다. “노무현이란 이름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의 상징이 되었다”며“우리가 함께 아파했던 노무현의 죽음은 수많은 깨어있는 시민들로 되살아났다. 그리고 끝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솔직한 감성은 수식 없는 단 한마디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이 그립습니다. 보고 싶습니다”로 표현됐다. 그리고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마지막일 것”이라며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 그때 다시 한 번, 당신이 했던 그 말, ‘야, 기분 좋다!’, 이렇게 환한 웃음으로 반겨달라”고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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