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글로벌화(globalization)와 반(反)글로벌화는 2000년대 이후 중요한 정치ㆍ경제적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 특히 지난해 국민투표를 통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브렉시트, Brexit)과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글로벌화에 대한 각국 국민들의 반감을 보여준 대표 사례로, 국제 정치ㆍ경제 지형의 급변을 가져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글로벌화 수리하기(Fixing Globalization)’라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화가 소수 기업의 독과점과 격차 확대 및 소득분배의 양극화 등을 가져오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려면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글로벌화를 상품ㆍ서비스ㆍ자본ㆍ인력의 국가간 이동을 통한 경제적 통합으로 정의하고, 1980년대 후반부터 무역자유화와 지역별 경제통합이 확산되면서 글로벌화가 급격하게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글로벌 무역비중은 1990~2015년 사이에 약 2배 증가하고, 이민자수는 1960~1980년 사이 100만명에서 2000년대 이후엔 500만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글로벌화는 교역 확대에 따른 경제성장과 임금 증가, 절대빈곤 계층 감소, 신기술 및 경쟁의 확산 등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냈으며, 자유 민주주의와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데도 기여한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됐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의 이면에서 소수 지배적 기업의 독과점이 강화되고, 글로벌화가 특정 계층ㆍ기업ㆍ지역에 집중되는가 하면 기술진보의 부정적 영향으로 소득분배 구조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역작용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금융의 글로벌화에 따른 위기 빈발 등 부작용과 함께 글로벌화가 환경 및 신흥국 근로여건을 악화시켰다는 우려도 상존한다는 분석이다. 또 글로벌화가 이미 정부의 통제가능 수준을 넘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증가하면서 국가제도 및 정치에 대한 신뢰도 저하를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불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글로벌화 과정에서의 정당성(legitimacy)을 제고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민주적 토론을 강화하고 무역ㆍ국경간 투자ㆍ국제기준과 관련된 정책 결정과정에 이해당사자를 적극적으로 관여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각국 내부는 물론 국제적으로 주요 이슈에 대한 처리과정에서 소외집단의 이익을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많은 도전과제를 제시하고 있는 세계적인 디지털화와 관련해선 국민과 기업이 이를 최대한 활용하고 이익을 누릴 기회를 갖도록 하는 한편, 디지털 혁신을 막는 규제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협력 및 국제기준에 대해선 국가정책 뿐 아니라 국제협력과 국제기준도 글로벌화의 이익을 높이고, 인식을 개선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조세ㆍ반부패ㆍ기업지배구조ㆍ기업책임ㆍ경쟁 등을 개선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과 미국 등에서 정치지형을 뒤바꿔놓은 세계화의 역풍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급격한 글로벌화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그 혜택이 대기업 등 일부에 집중되면서 사회ㆍ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된 가운데, 지난해 말 이후 ‘최순실 게이트’를 거치며 기득권층에 대한 반감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OECD의 보고서는 우리나라도 글로벌화의 역작용에 대한 정교한 개선 노력과 함께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강화해야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