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채권단 채무조정 난항으로 대우조선해양이 사실상의 법정관리인 ‘P-플랜(프리패키지드-플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정부 책임론이 비등하고 있다. 정부가 3조8000억원 상당의 채권단 채무조정과 대우조선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약 3조원 규모의 신규자금 지원방침을 밝힌 이후 사실상 뒷짐을 지고 있는 사이에 상황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대우조선 파산시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과대포장됐다는 지적을 외면한 채, 국가경제를 위해 ‘회생’에 방점을 두고 처음부터 무리수를 두었다는 지적이다. 시장원리나 채권단 입장을 고려하지 않아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5년 10월 대우조선 파산시 국가경제적 충격을 고려해 4조2000억원의 자금지원 등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추진했지만, 업황 및 수주 부진으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이에 지난해 6월 5조3000억원의 자구계획을 발표했지만 역시 성과를 내지 못해 지난달 3차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채권단 출자전환 등을 전제로 2조9000억원의 신규 자금지원을 골자로 하는 방안이었다.

3차례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기업 스스로의 자구노력과 ▷모든 이해관계인의 손실분담을 통해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이런 원칙이 전제되지 않는 경우 법정관리 등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기본 입장을 유지했다. 대우조선의 경우도 법적 강제력을 갖는 원칙적인 방법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므로 다른 기업의 처리 원칙과 기본틀이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다만 대우조선 파산시 국민경제적 영향과 채권단의 손실확대 가능성, 조선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을 감안해 원칙처리(법정관리)의 방법은 신속하고 기업회생에 중점을 둔 기업회생시스템인 사전계획제도(P-플랜)에 의해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1, 2차 구조조정이 실패로 돌아가 국민들의 세금을 동원한 대규모 신규 자금지원 등 3차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한 이후에도 ‘원칙’만 강조한 채 사태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제정책의 사령탑인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외곽에서 채권단 채무조정을 압박할 뿐 사실상 뒷짐을 지고 있었고, 대우조선 파산시 피해 규모와 시황 분석 등에 이견을 노출했던 산업통상자원부도 간접적으로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국가경제적 파장을 고려한 정부 범부처 차원의 적극적ㆍ능동적 대응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는 대우조선 파산에 따른 국민경제 피해가 실제와 다르게 59조원으로 부풀려졌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 회생에 방점을 두고 무리하게 정상화 방안을 추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는 국가경제적 피해를 감안해 대우조선을 살려야 한다며 채권단의 출자전환 등 채무조정을 압박했으나, 국민연금과 시중은행은 각자의 손익을 따지며 정부와 다른 입장을 보였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의결권 결정절차를 무시했다는 의혹으로 문형표 전 이사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정부 방침에 무조건 손을 들어주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시중은행들도 주주 등의 이해를 무시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정부는 이렇다할 대응과 개선책을 제시하지 못해 사태가 악화됐다는 지적이다. 5월 대선으로 ‘시한부 운명’에 놓인 현 정부가 4월 대규모 채권 만기도래 등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대우조선 회생안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결국 자충수가 되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