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4월 북한 폭격설 등 한반도 전쟁설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4월 전쟁설과 관련해 진실과 거짓을 판별하기 어려운 애매한 뉴스들이 판을 치고 있다. 과연 전쟁이 터지기 전 전쟁이 날 것이냐 말 것이냐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는 존재하는 것일까.
(1)4월 전쟁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4월 전쟁설의 기원은 생각보다 멀리 거슬러 올라간다.
4월 전쟁설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관 출신인 최경환 의원(국민의당, 광주북구을)이 지난해 10월 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예비역 장성의 말을 인용해 처음 제기했다.
당시만 해도 큰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10월 중순 최순실 게이트가 폭로되자 극도의 혼란 속에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며 4월 전쟁설이 재조명됐다.
최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일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탈북을 권유한 것을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참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대통령이 문제”라며 “위기상황 앞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자극을 반복하는 것은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며 외교 안보 분야에 종사했다는 한 예비역 장성의 정세분석 문자메시지를 소개했다.
이 메시지는 “나는 10.1 기념사를 통해 박 대통령이 대북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단정한다”며 “대통령의 다음 수순은 북한이 한미연합군에 의한 보복 빌미를 줄 수 있는 도발을 해오도록 계속 자극할 것”이라 전망했다.
예비역 장성은 이어 “박 대통령 계획대로라면 내년 상반기까지 남북간 전쟁에 준하는 군사적 충돌이 있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북한의 국제사회 고립이 성공했고, 제재 압박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판단을 통해 전쟁으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북한의 핵 도발 야욕을 끝내게 하려면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이 하나 되고 장병 여러분들이 단합된 각오를 보여줄 때, 북한 정권의 헛된 망상을 무너뜨릴 수 있고 국제사회도 우리에게 더욱 강력한 힘을 모아줄 것입니다”라며 “북한 주민 여러분들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 놓을 것입니다.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2)다시 불거지는 4월 전쟁설 당시 상황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 촉발되면서 잠잠해졌지만, 이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및 핵실험 도발이 계속되고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및 미국과 중국의 갈등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으로 여건은 오히려 악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대통령 취임 후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도발이 이어지고, 오는 4월 15일 김일성 북한 주석의 생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미국 칼빈슨 핵추진 항공모함 전단이 지난 9일(현지시간) 예정에 없던 한반도행을 전격 발표하는 등 한반도 주변 정세는 악화되고 있다. 지난 15일 한미연합훈련 참가차 부산항에 입항했던 칼빈슨호는 지난달 말 훈련을 마치고 지난 4일 싱가포르에 들렀다 호주로 갈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키를 한반도로 다시 돌렸다. 이 항공모함은 배수량 10만t에 전투기 60~80대를 탑재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또한 핵능력 완성 단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이 사실상 핵개발 마지막 단계인 6차 핵실험을 오는 15일 감행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북한의 핵개발 완성을 저지하려는 미국이 최후의 수단인 북한 폭격도 옵션에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은 지난 6~7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를 놓고 단독 회담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군사행동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논의했다고 한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9일 미국 ABC, CBS 방송 인터뷰에서 “두 정상은 상당한 시간 동안 일대일로 북한 문제를 매우 폭넓게 얘기했다”며 “두 정상 간에는 모든 옵션이 논의됐다”고 말했다.
(3)美NSC '3가지 옵션'은 공습임박 징후
한편, 백악관 국가안전회의(NSC)는 미국의 3가지 옵션으로 한국 내 미군핵 재배치, 김정은 정권 지휘부 제거, 비밀작전을 통한 기간시설 파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지난 6일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만찬이 끝난 지 채 1시간도 되지 않은 시각 시리아 공군기지 공습 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첫 공습 명령이다. 당시에도 백악관 NSC에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시리아에 대한 3가지 옵션을 제안했다.
허버트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당시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만찬을 앞두고 NSC 인사들과의 회의를 거쳐 취임 이후 가장 중대한 군사작전을 명령했다”고 설명했다.
시리아 사례에서 보듯, 미 NSC의 대북 3개 옵션 제안 역시 공습 임박 징후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반도 정세에 대해 국제사회도 우려를 높이고 있다.
존 소어스 전 영국 해외정보국(MI6) 국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북한은 시리아보다 세계 평화에 더 큰 위협이라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한반도에서 새로운 전쟁으로 향하고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4)한국 안보 불감증은 '여전'..그러나 가능성은 '반반' 그러나 여전히 한국 내에서 전쟁 가능성은 부정되고 있다.
4월 미국의 북한 폭격설은 한국에 거주하는 20만여명의 미국인 보호 때문에 실현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건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미국은 지난해 말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 민간인을 주일 미군기지로 긴급 대피시키는 일명 ‘커레이져스 채널’ 훈련을 7년만에 실시한 바 있다. 이 훈련은 한반도에서 전면전 발발시 주한미군이 최우선적으로 실시하는 작전이다.
통일부가 10일 전쟁설 논란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밝힌 것 또한 변수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통일부는 “미국은 대한민국의 대북정책을 지지한다고 했고, 우리 정부는 모든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등 도발을 지혜롭게 해결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통일부의 입장은 통일부가 전쟁 여부를 결정하는 주무 부처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야말로 민심의 동요를 막기 위한 원론적인 입장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6.25 발발 당시에 정부가 ‘국민들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라’고 방송한 사례가 회자된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김정은 망명 압박설은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 속의 이야기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 망명설은 현실감이 없는 얘기”라며 “중국이 김정은 세력을 대체할 카드를 갖고 있지 않고, 김정은 정권이 내부적으로 탄탄하다는 점에서 망명설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군수물자 한반도 대량유입설은 10일부터 포항 도구해안에서 실시되는 한미연합훈련인 ‘퍼시픽리치’ 작전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훈련은 매년 실시돼 왔지만 이번에 미군 2500여명, 한국군 1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실시된다는 점에서 반반의 가능성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