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은 인턴기자] ‘취준생’ 대부분은 공감할 것이다. 친구나 선ㆍ후배에게 “잘 지내냐”는 안부인사가 선뜻 나오지 않는다. “잘 지내냐, 뭐 하고 지내냐”는 말은 “너 취업했니?”라는 질문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취준생 사이에선 이를 묻지 않는 게 암묵적인 약속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2월 고용동향’을 보면 20대의 암담한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자료에 따르면 20대(20-29세)의 고용률은 지난해 2월보다 0.5%p하락한 56.5%를 기록했다. 전 연령층에서 유일한 하락세다.
20대 100명 중 57명만 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이 마저도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에 따라 1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로 분류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실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은 20대는 더 적을 것이다.
그래도 56.5%의 20대는 일자리를 구해 “일단 성공”을 외칠 수나 있지만 나머지 43.5%의 20대는 아직도 ‘취준생(취업준비생)’ 꼬리표를 달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실업자(취준생)는 지난 1주 동안 일을 하지 않았고, 일이 주어지면 일을 할 수 있고, 지난 4주간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수행한 사람을 말한다. ‘실업자’ 되기도 꽤나 까다롭다. 주변에서는 취업준비를 하다보니 자신의 생일도 기억하지 못하고 지나갈만큼 정신없었다고 하소연하는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실업자로서의 역할을 ‘성실하게’ 담당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취업시장에서 20대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더불어 20대 스스로가 취업전선에 뛰어들지 않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취업자와 실업자가 모두 포함된 ‘경제활동참가율’은 작년동월대비 0.5%p하락한 64.6%로 조사됐다.이 수치 역시도 전 연령층에서 유일하게 20대만 하락세를 보였다.
대신 경제활동에 참가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는 증가했다.
특히 ‘취업을 위한 학원ㆍ기관 수강 등 취업준비’를 하는 비 경제활동인구는 지난해 2월 대비 2만7000명(4.7%)이 늘어난 60만6000명이다. 이 수치는 전 연령층을 모두 포함한 수치이긴 하지만 ‘연로(은퇴한 고령자)’, ‘쉬었음(일시적 휴식)’, ‘가사’, ‘육아’ 등의 이유로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인구를 고려했을 때 ‘취업을 위한 학원ㆍ기관 수강 등 취업준비’인구의 대부분은 20대가 차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취준생 사이에서 나오는 ‘헬조선(지옥같은 한국)’이라는 말이 무리는 아닌 듯하다.
오랫동안 연락없이 ‘잠수’를 타던 친구는 취업에 성공하면 그제서야 SNS 등을 통해 취업사실을 밝히며 다시 ‘활동’을 시작하기도 한다. “난 잘 지낸다”는 안부가 ‘취직’을 기점으로 유효해지는 것만 같다.
사실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누군가에게 “난 잘 지낸다”고 편하게 말 하기도 어렵다. “난 취업했는데 넌 뭐하니”라고 질책하는 듯한 느낌이 찝찝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5월 ‘장미대선’을 앞두고 20대 청년층의 취업난을 해소하기 위한 공약들이 쏟아진다.
이번만큼은 말로만 그치지 않는 제대로된 정책이 나와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의 “잘 지내냐”는 인사가 부담스럽지 않은 사회가 오길 많은 20대들은 희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