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삶의 질’ 개선속도, 성장률의 40% 불과 10년 동안 GDP 29% 늘 때 삶의 질은 12% 개선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경제가 성장한다고 그에 비례해 ‘삶의 질’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는 국내 연구결과가 처음 발표됐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9% 증가할 때 삶의 질은 12% 개선되는 데 머문 것으로 드러났다.

삶의 질 개선이 경제성장 속도의 41%에 불과했던 것이다. 특히 삶의 질을 구성하는 요소인 가족ㆍ공동체는 오히려 퇴보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고용ㆍ임금, 주거, 건강 등의 영역도 전체 종합지수보다 낮은 증가율을 보여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경제성장이 행복도를 증진시키는 것은 아니다’라는 고전적 행복론인 ‘이스터린의 역설’이 한국사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국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도를 증진시키기 위해선 양적인 성장에서 벗어나 노동과 사회복지, 건강, 문화ㆍ여가, 가족ㆍ공동체, 시민참여 등 삶의 질과 관련한 부문을 개선할 정책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통계청과 한국 삶의 질 학회는 삶의 질과 관련한 80개 지표를 바탕으로 삶의 질 종합지수를 산정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동안 통계청과 관계기관이 개별적으로 발표했더 소득ㆍ소비, 고용ㆍ임금, 사회복지, 주거, 건강, 교육, 문화ㆍ여가, 가족ㆍ공동체, 시민참여, 안전, 환경, 주관적 웰빙 등 12개 영역의 객관적 지표와 주관적 지표 80개에 가중치를 부여해 종합지수를 산출했다.

이번 지수 산출결과 지난 2006~2015년 사이 10년 동안 1인당 실질 GDP는 28.6% 증가했으나, 삶의 질 종합지수는 11.8%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열심히 일해 경제를 성장시키기는 했지만, 삶의 질 개선속도가 GDP 증가율의 41.3%에 머물렀던 셈이다.

특히 GDP 증가율은 금융위기 시기인 2008~2009년에 일시 정체를 보였지만 삶의 질 종합지수는 미미하지만 지속적인 상승세를 유지했다. 달리 말해 경제활동의 총량인 GDP 증가와 삶의 질 개선이 비례해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통계청은 “이번 삶의 질 추이 추산 결과는 GDP의 증가가 곧바로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선진국의 조사 결과와도 유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그러면서 한국보다 앞서 삶의 질 종합지수(CIW)를 발표한 캐나다의 사례를 소개했다.

캐나다의 경우 2005~2014년 사이 10년간 1인당 실질 GDP가 8.8% 증가했으나 CIW 종합지수는 3.9% 개선됐다. CIW 지수가 GDP 증가율의 44.3%에 불과했던 것이다. 한국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경제성장이 곧 삶의 질 개선은 아니라는 점에서는 같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인 삶의 질 개선 정도를 영역별로 보면 교육(23.9%)과 안전(22.2%) 영역지수는 20% 이상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소득ㆍ소비(16.5%), 사회복지(16.3%), 문화ㆍ여가(12.7%), 환경(11.9%), 시민참여(11.1%) 영역은 평균과 비슷했다.

하지만 건강(7.2%), 주거(5.2%), 고용ㆍ임금(3.2%) 등의 영역지수는 2006년에 비해선 증가했으나 증가율은 10% 이하로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가족ㆍ공동체 영역지수는 10년 동안 1.4% 하락해 경제성장이 오히려 이를 악화시켰다.

경제성장과 삶의 질 또는 행복도와의 관계는 학계와 시민들의 오래된 관심사로, 그동안의 실증적 연구를 통해 경제성장이 곧 행복도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로 돼 있다. 이에 경제학계와 국제기구, 각국에서는 경제의 총량지표인 GDP가 삶의 질과 괴리를 보이는 만큼 이를 대체할 새로운 지표가 필요하다며 다양한 연구를 해왔고, 이번 삶의 질 종합지표는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이스터린의 역설(Easterlin‘s Paradox)’은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리스터린이 1974년 발표한 이론이다. 그는 실증자료를 바탕으로 한 방대한 연구를 통해 경제가 일정수준으로 성장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준에 이르면 소득이 더 증가해도 행복도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후 그의 이론은 학계의 정설로 굳어졌으며, 일정 소득수준에 도달한 이후 행복도를 높이려면 가족과 공동체, 다양한 사회관계, 문화와 여가, 사회참여와 자아개발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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