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공수처 신설 등 무산 野4당 특검법 연장도 불발 국회선집화법·다당제 한계 노출 경제민주화법을 다룬 상법 개정안, 검찰개혁 핵심 과제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노동시간 단축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은 모두 2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야 합의가 무산된 탓이다.
이들 법안은 하나같이 올해 대선 후보의 주요 공약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 공약을 이행하려면 국회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럼 다시 2월 국회의 재현이다. ‘개혁입법 적기’라고까지 불렸던 2월 국회의 무기력한 결말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차기 대통령 역시 누가 되든 2월 국회와 같은 ‘식물정치’의 덫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2월 국회는 국회선진화법, 다당제 등 현실 정치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장이 됐다. 여권이 정부 핵심 과제로 사활을 건 경제활성화법은 야권의 반대에 부딪혔고, 야권이 적폐청산 과제로 앞세운 각종 개혁 법안은 여권 반대에 본회의 상정조차 무산됐다.
특히나 막판까지 야4당은 국회의장까지 압박하며 특검법 연장안을 추진했다. 200명 넘는 의원 수를 보유한 야4당이 공동 추진했음에도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제1당인 민주당의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사과 뜻을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앞서 다당제의 한계를 거론하며 “재앙에 가까운 상황”이라 토로하기도 했다.
국회선진화법 하의 현 정당 구조로는 무엇을 추진하든 특정 정당이 반대하면 교착상태에 빠지거나 장기 표류된다. 보완책으로 마련된 ‘안건 신속처리 조항’(패스트트랙, 교섭단체 합의 없이 본회의 상정 가능)도 효력을 발휘하려면 최장 330일(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본회의 60일)을 기다려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한국 정치에서 특정 현안을 1년 가까이 묵혀놔야 하니 사실상 유명무실한 대안이다.
더 큰 난관은 차기 정부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차기 정부 역시 이 같은 덫에 빠지게 된다. 각 현안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 차가 대선 후에도 좁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유력하고, 그럼 현 대선 후보 공약의 상당수는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한 채 공약(空約) 위기에 놓인다.
야권 후보는 하나 같이 재벌개혁 과제로 상법 개정안을 공약했다. 공수처 신설이나 노동시간 단축, 언론개혁법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모두 2월 국회에서 추진됐다가 여야 이견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사안들이다.
차기 정부가 이를 추진하려면 재차 국회 입법 절차를 밟아야 한다. 즉, 적폐청산 과제를 실천하려면 정작 적폐 대상의 협조가 없인 불가능한,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2020년 총선을 통해 의석 구조가 바뀌거나, 현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이를 피할 수 없다. 차기 정부 출범 전부터 예견되는 ‘식물정치’의 덫이고, 빈손으로 막 내린 2월 국회는 이를 만천하에 경고했다.
김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