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율 변동위험 고객에 전가 당국 압박엔 ‘무늬만’ 상품 판매 주택금융공사, 위험부담 급증 나라 돈으로 비용부담 불가피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금리가 어떻게 될 줄 알고 고정금리로 대출해주나요”

한 시중은행 관계자들의 말이다. 민간은행들이 고정금리대출 외면하는 이유다.

다른 말로는 ‘위험은 고객이 부담하라’이다.

정부가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을 위해 고정금리 대출을 독려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같은 형태의 대출을 취급하고 있는 곳은 공기업인 주택금융공사 뿐이다. 이를 위해 주금공에는 또다시 국민재산이 출자되야 할 상황이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보고서에서 가계부채 구조를 고정금리ㆍ분할 상환으로 전환하는 한국 정부의 목표가 은행권의 자산과 부채의 불일치 위험을 높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거의 전부를 정부 보증을 받는 주택금융공사가 전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주택금융공사는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디딤돌대출 등을 통해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보금자리론의 공급 실적은 2012년 11조2062억원에서 지난해 18조7598억원으로 급증했다. 역대 최대치다. 지난해 하반기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대 중반까지 치솟자 저렴한 고정금리를 보장하는 보금자리론에 수요가 집중된 데 따른 결과다. 고정금리 상품에 대한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주금공은 저리 정책모기지 공급량을 지난해 26조원에서 올해는 44조원으로까지 올렸다. 이 또한 역대 최대 규모다.

반면 일반 시중은행들은 고정금리 대출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대출 후 3∼5년만 고정금리를 유지하고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 대출을 고정금리 실적으로 인정해주자 ‘무늬만 고정금리’인 이 상품만 늘리며 생색을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은행권의 순수 고정금리 대출은 19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변동금리 대출 규모인 263조4000억원의 10분의1도 채 안되는 금액이다. 혼합형 대출이 149조7000억원에 달하지만, 이는 결국 3~5년 뒤 변동금리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고정금리 대출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높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순수 고정금리 대출을 판매하기 위해선 금리 변동 위험을 담보할 장기 채권을 판매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이를 소화할 시장도 플레이어도 취약하다”라며 “20년 후의 금리 변동 리스크를 은행이 지기엔 무리가 크다”고 털어놨다.

시중은행의 외면으로 고정금리의 부담을 홀로 지게 된 주금공은 자산건전성을 위협받고 있다.

시중은행 등 금융회사는 주금공의 정책모기지 상품을 판매만 한다. 주금공은 이렇게 팔린 대출 채권을 양도받아 유동화시키는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한다. 현재 주금공의 자기자본은 2조4000억원인데 빌려준 돈, 즉 지급보증한 MBS 발행 잔액은 지난해 12월 기준 98조원에 달한다. 주금공이 적정 최고치로 삼는 자본대비 지급보증배수가 40배를 넘어선 40.8배에 이른다. 과거 주금공은 이를 35배 수준에서 관리해 왔다. 주금공이 고정금리대출을 더 늘리려면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

시중은행들은 주금공이 발행하는 MBS도 인수를 꺼리고 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강제할당하는 물량만 겨우 소화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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