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지상파 3사를 대표하는 장수예능이 최근 부침을 겪었다. 높은 인기에도 위기를 안고 가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2006년 첫 방송돼 국민 예능으로 성장한 MBC ‘무한도전’이 출범 이후 7주간의 휴식을 얻었다. 이는 2012년 MBC 파업 당시 결방한 것을 제외하면 처음 가지는 정규 방송 중단이다. ‘무한도전’의 빈자리는 파일럿 ‘사십춘기’와 스페셜 방송으로 채워진다. ‘무한도전’의 책임자인 김태호 PD는 “휴식기가 아닌 재정비 기간이다. 정규 방송을 쉬지만 회의와 녹화는 계속된다”고 밝혔다. 김태호 PD는 이전부터 꾸준히 장수 예능으로서의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휴식기를 가지기 한 달 전에 직접 SNS에 “이번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준다면 한 달의 점검 기간과 두 달의 준비 기간을 줬으면 좋겠다”라는 글을 남겼다. 여러차례 시즌제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매주 다른 아이템을 가지고 방송을 해야 하는 ‘무한도전’의 경우 항상 아이템 부재를 의식해야 한다. 여기에 ‘국민 예능’이라는 명목 하에 유달리 엄중한 잣대까지 주어져 제작진이 신경써야할 부분이 많다. ‘무한도전’이 임시 휴업을 선택했다는 것만으로도 프로그램이 안고 있는 부담감이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 시청자들도 이번 ‘무한도전’의 임시 휴업을 더 멀리 보기 위한 선택이라며 응원을 보내고 있다
‘무한도전’이 프로그램으로서의 위기에 봉착했다면 SBS ‘런닝맨’과 KBS2 ‘1박2일’은 멤버의 문제로 위기에 닥쳤다. 2010년 시작돼 SBS 간판 예능으로 자리를 잡은 ‘런닝맨’은 지속된 포맷을 탈피하기 위해 멤버에 변화를 주기로 결정했으나 그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해 논란이 됐다. 김종국, 송지효에게 일방적으로 하차 통보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시청자들은 배신감을 느꼈다. ‘런닝맨’의 가장 큰 강점이었던 멤버들간의 끈끈한 팀워크가 무너진 것처럼 보여졌기 때문에 신뢰도가 바닥을 쳤다. 논란 속에서 2월 종영을 선언했던 ‘런닝맨’은 다시 멤버들의 화합으로 고정 멤버 그대로 방송을 이어가기로 결정, 위기를 극적으로 봉합했다. KBS 연예대상까지 탄생시키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KBS 간판예능 ‘1박2일’도 근래에 위기를 겪었다. 지난해 고정 멤버였던 정준영이 사생활 문제로 잠정 하차를 선언했고 ‘1박2일’은 정준영을 제외한 5인으로 프로그램을 이어왔다. ‘런닝맨’ 못지않게 ‘1박2일’도 남다른 팀워크를 자랑했기 때문에 정준영의 부재는 프로그램에 공백을 만들 수 밖에 없었다. 방송사의 장수 예능들이 크고 작은 위기를 겪으면서 떠오른 최선책은 결국 시즌제다. 장수 예능의 경우는 고정 멤버들의 팀워크가 중요한 동시에 멤버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팀워크가 깨질 경우 리스크도 크다. 또 비슷한 포맷은 식상함을 야기시키고 프로그램을 매너리즘에 빠지게 한다. 시즌제를 선택할 경우 좀 더 멤버 변화에 자유로울 수 있고 매너리즘에 빠질 틈이 없이 프로그램에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즌제의 성공 사례는 케이블 채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박2일’ 출신인 나영석 PD는 CJ E&M으로 이적해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신서유기’ 등의 시즌제 예능을 선보여 왔다. 시청률은 물론 화제성까지 잡았고 비슷한 포맷 안에서도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시즌제 예능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지상파도 최근 시즌제 예능을 내놓고 있다. 지상파 첫 시즌제 예능이었던 MBC ‘미래일기’를 비롯해 SBS ‘씬스틸러’,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도 시즌제를 선택했다. 하지만 선택적 시즌제라고 보긴 어렵다. 이들 모두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다음을 기약할 순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한도전’의 재정비는 큰 의미가 있다. 케이블과 달리 시즌제를 이어가기 어려운 지상파 방송 환경 속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능인 ‘무한도전’이 이같은 결정을 했다는 것은 지상파의 시즌제 도입 가능성을 기대케 한다.물론 현실적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광고계에 따르면 ‘무한도전’이 7주간 결방하면서 MBC의 광고 판매량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 매출이 중요한 방송사에겐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시즌제 예능 도입이 절실하다. 각 방송사 예능 PD들도 케이블과 제작사로 빠져나가는 실정이다. 좋은 환경 속에서 좋은 창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십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