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손님 구제역 사태 재연돼 그때마다 육류값 널뛰기 반복 한우·유제품값 인상 조짐보여 유통가 “방역근원대책 필요해” 가축 질병의 피해자는 해당 동물과 축산농가 만이 아니다. 식탁 앞에 앉은 소비자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 바로 거의 매년 반복되는 ‘물가파동’이다. 구제역이 초기 방역에서 잡히지 않고, 확산추세를 보임에 따라 물가파동이 예고돼 서민들의 주름살이 깊어지게 됐다. 새해 벽두부터 ‘월급 빼곤 다 오른다’는 말이 있을정도로, 고물가에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로선 설상가상 고민이 더 커지게 됐다.

문제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나 구제역 등은 매년 되풀이되는 가축 질병이라는 점에 있다. 방역 당국의 초동대처 부실 논란과 함께 장기적인 대응책이 왜 마련되지 않느냐는 일각의 지적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구제역 경고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일 광주 북구 충효동 축산농가에서 광주 북구청 소속 수의사가 구제역 예방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올해 발생한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소는 벌써 826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구제역 경고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일 광주 북구 충효동 축산농가에서 광주 북구청 소속 수의사가 구제역 예방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올해 발생한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소는 벌써 826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실제 가축 질병이 터질때마다 물가는 뛰었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을 덮친 AI는 관련식품인 계란 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졌다. AI가 좀 잠잠하다 싶더니 이번엔 구제역 파동이 일어나면서 한우와 유제품 가격 인상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AI도 그렇고 구제역도 그렇고 왠지 모르게 익숙한 현상이 된 것이 사실 아닌가”라며 “일본의 방역체계를 조금만 교훈 삼아도 가축 질병 예방에 대해 근원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안돼 아쉽고, 그때마다 들쑥날쑥한 물가가 소비자 주머니만 얇아지게 하는 것을 지켜봐야 해 안타깝다”고 했다.

최근의 AI 사태 역시 한바탕 소비자와 유통시장에 대홍역을 치르게 했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6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AI 최초 신고가 접수된 이후 이날까지 국내 가금류 농가 사육 두수의 20% 정도인 3312만마리가 살처분됐다. 이에 농수산식품공사가 집계한 전국 평균 계란가격은 1판에 8107원까지 치솟았다. 9일 기준으로 평년 계란 가격이 5595원임을 감안했을 때, 44.89% 올라간 수치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로, 지난 4년 3개월 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여기에는 극심한 계란 가격 상승률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국내 AI의 역사는 지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12월 10일부터 2004년 3월 20일까지 102일간 10개 시군에서 총 109건의 확진판정이 내려졌고, 가금류 500만마리가 살처분됐다. 이후 2006년과 2008년, 2014년과 2016년까지 2년꼴로 국내에 AI파동이 닥쳐온 셈이다. 그때마다 계란과 닭고기 가격은 요동쳤다.

2008년 4월에는 계란1판과 닭고기(1kg)가 전년 대비 1000원이상 가격이 뛰었고, 2011년도 2월에는 각각 1200원씩 평균 가격이 인상됐다.

구제역 역시 잡지 못하면 유통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구제역 여파는 발원지였던 충북을 넘어 최근 경기도까지 이르렀다. 지난 8일께 구제역이 경기도 연천까지 확대되면서 유제품과 한우 가격 상승이 가시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일 충북 보은에서 최초로 발견된 구제역 바이러스는 정부의 이동제한(Standstill) 조치 뒤에도 세를 확장하고 있다. 구제역이 최초 발견된 충북 보은과 경기도 연천의 농가 사이에는 특별한 연관성이 없어서 구제역 바이러스의 전국 확산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다행인 것은 현재 여기에 따른 물가 여파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실제 살처분된 한우와 젖소 개체수가 아직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제역의 확산 범위와 속도가 빠른편이라는 점에서 관련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상 최대 피해를 낸 지난 2010~2011년 구제역 파동 당시, 구제역의 영향을 받았던 돼지고기는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 2011년 6월 28일 당시 돼지고기 삼겹살 100g 가격은 2527원으로 평년 수준에서 43.3%나 인상됐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도 구제역은 해마다 꾸준히 발생했다. 주로 감염대상은 돼지였고 항상 돼지고기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염병을 한번 겪고 나면 유통업계는 식품가격 인상으로 홍역을 치른다”며 “가뜩이나 불경기인데 구제역 여파가 금방 잠잠해지길 바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