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해장을 위해 먹었던 참깨라면에는 계란이 들어있었다.

식당 순두부에서 계란이 빠지고 대형마트에서 계란이 종적을 감춘 요즘. ‘좋아하는 계란라면을 못먹게 되는 것 아니냐’는 근심이 생겼다. 최근 김밥전문점을 가서도 ‘계란 넣어주시냐’고 다시 한번 되묻곤 한다. 라면을 먹으며 “이런 것도 걱정해야 하나”라는 씁쓸함이 드는 것은 모처럼인 것 같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전국에서 2000만마리의 가금류가 도살됐다. 발병 40일 만이다. 전국에 있는 닭과 오리 숫자가 약 1억6000만마리 수준이니 벌써 8분의1이 살처분된 셈이다.

사태를 이렇게 키운 것은 방역당국의 늑장 대응이었다. 정부는 AI 발병후 이틀이 지난 뒤에야 농림부 장관이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방역 대책본부를 설치했다. 총리 주재회의가 열리는 데는 이후 26일이 걸렸다. 방역작업도 느슨하게 진행됐다. 전국적인 이동제한 조치(Standstillㆍ가축 전염병이 전국으로 번지지 않도록 축산 종사자와 차량의 이동중지)는 시기를 놓쳐버렸다. 백신을 만드는 데는 앞으로 3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이웃나라 일본의 사례를 보면 한국 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명확히 비교가 된다. 한국 정부가 시행까지 26일 걸렸던 총리회의가 일본에서는 발병 당일 열렸다. 지난달 28일 오전8시 일본 아오모리현과 니가타현에서는 AI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확진 판정이 난 것은 당일 오후 9시. 일본정부는 그로부터 2시간 후인 오후 11시에 총리관저 산하 ‘AI 정보연락실’이라는 대책본부를 구성했다. 피해 농가에 대한 살처분 작업도 곧바로 이뤄졌다.

이에 일본은 AI를 무사히 넘겨냈다. 현재까지 일본에서 발생한 AI피해는 가금류 90만 마리 수준, 초동대처에서 큰 성공을 거뒀단 평가다. 이것만큼은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피해를 입은 것은 일반 소비자들이었다. 현재 대형마트와 소매음식점에서는 계란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정부는 계란가격에 대한 안정화 방안으로 ‘해외에서 산란계와 계란ㆍ 계란 가루를 수입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상황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늦었다. 벌써 시중에서 유통되는 계란은 1판(30알) 가격이 7000원을 훌쩍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