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30대 직장인 A씨는 얼마전 왼쪽 무릎 전후방인대 손상으로 정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갑자기 발등을 위로 들 수 없었다. 날이 갈수록 증상은 더 심해져 정상적으로 걸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병원 측에 항의하자 ‘발목 고정술’을 해주겠다고 해놓고는 수술 당일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갑자기 시술을 거부했다. 의사 출신 변호사를 찾아 상담해보니 의료사고가 거의 확실하지만 현재 몸 상태가 ‘신해철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자동 의료분쟁 조정절차 혜택은 받을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 결국 그는 소송비 550만원을 들여 변호사를 선임하고 법원에 고소했다.
지난달 30일 이른바 ‘신해철 법’으로 불리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이 시행됐으나 이처럼 적용 대상이 너무 제한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적은 관계로 실효성을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주장이 5일 제기됐다.
이 법은 중대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병원 측 동의가 없어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분쟁 조정절차를 자동으로 개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적용 대상은 사망·1개월 이상 의식불명·장애등급 1급(자폐성·정신장애 제외)으로 명시됐다.
이에 대해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의료 소비자 단체는 금전적 여유가 없는 환자를 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므로 지금보다 적용 대상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회장은 “의료계의 반발로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적용 대상이 대폭 축소됐다”며 “사망 또는 식물인간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놓이지 않을 경우 이 법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신해철 법에 대해 의료진의 ‘중환자 진료 기피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크고, 중환자를 담당하는 일부 진료과목 인력난을 가중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한다.
의협 관계자는 “의료 전문가의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아 오히려 진료 현장의 혼선을 불러올 수 있다”며 “의료인에 대한 규제만 담긴 내용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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