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교 회군’ 조성현 재판부, 국헌문란 인식 시점 지적
종합특검이 기소한 각종 재판서 공소사실 등 지적 잇따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법원 판단, 핵심 성적표 될 듯
[헤럴드경제=최의종 기자] “항간에 여러 말이 떠도는데 적어도 1심 판결 때까지 기다려달라.”
3대 특검 이후 남은 의혹을 수사한 2차 종합특검 권창영 특별검사가 지난 8월 24일 최종 수사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한 발언이다. 지난 2월 출범해 두 차례 연장으로 최장 6개월간 수사를 진행한 종합특검은, 주요 사안에서 기존 내란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의 판단을 뒤집으며 수사를 벌였고 활동기간 막바지에 무더기 기소를 하면서 무리수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최종 수사결과 발표 당시 권 특검의 발언은 이런 논란을 두고 성급한 판단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이었다.
하지만 종합특검이 기소한 사건들의 1심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각 사건 재판부가 종합특검의 기소 내용을 두고 지적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하나의 사안에서만 거론되는 것이 아니라 종합특검 기소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마다 각종 지적이 튀어나온다. 아직 1심 판단이 나온 사건도 없지만 벌써부터 종합특검 수사에 ‘낙제점’이 드리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부장 백대현) 심리로 열린 나경원·김기현·윤상현·권영진 국민의힘 의원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사건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종합특검은 지난해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2·3 비상계엄 사태를 촉발한 윤석열 당시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나 의원 등 의원들이 지지자들과 인간 벽을 형성하는 등 다중 위력을 행사해 집행을 방해했다며 이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당초 내란특검은 해당 사건을 수사했으나 각하로 종결했었다.
이 사건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공무원을 폭행하고 협박했다는 내용 및 각 범죄가 단독정범인지, 공동정범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서강대교 회군’으로 알려지고 보국훈장 삼일장을 받기도 한 조성현 전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제1경비단장(대령) 재판부도 공소사실을 지적했다. 조 대령은 내란특검에서 불입건 처분됐으나 종합특검에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8-1부(부장 장성진·정수영·최영각)는 국헌문란 목적을 인식한 시기가 특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관저 이전 특혜 의혹으로 기소된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재판부도 공소사실을 지적했다. 이 사건은 종합특검의 ‘1호 기소’ 사건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 이정엽)는 지난 7월 열린 김 전 실장 등 4명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누가 어떤 직권을 행사한 것인지, 남용 상대방은 누구였는지 등을 특정해야 한다고 했다.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권 특검이 1심 판단을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공소사실부터 흔들리는 일이 재판부마다 속출한 상황에서, 벌써부터 유죄 판단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사건도 있다.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합수부) 검사 파견 검토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심우정 전 검찰총장 사건이 대표적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윤성식)는 지난 21일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박성재 전 장관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5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9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합수부 검사 파견 지시 혐의와 서울구치소 수용거실 현황 검토 지시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수도권 교정시설 수용여력 등 검토 지시는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내란사건 전담재판부에서 박 전 장관의 합수부 검사 파견 지시 혐의와 관련해 “원론적인 차원 지시만으로는 내란 목적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당시 검찰총장이던 심 전 총장 유죄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사건에 대한 법원 판단은 종합특검의 주요한 성적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 전 차장은 계엄 사태 당시 윤 전 대통령에게 ‘싹 다 잡아들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힌 인물이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들었다며 이재명 대통령 등 정치인 체포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종합특검은 홍 전 차장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과 조태용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계엄 수행 지시 수명 ▷산하 부서장 회의를 통해 산하 부서에 계엄 수행을 순차 지시한 혐의가 있다며 재판에 넘겼다. 홍 전 차장은 지시를 이행할 의사를 갖고 산하 부서장 회의에 관련 지시를 했다면 윤 전 대통령이 다른 정무직과는 달리 즉시 경질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홍 전 차장에 대한 법원 판단이 결국 종합특검 성적표에 핵심지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 전 차장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1차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30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38-2부(부장 정수영·최영각·장성진) 심리로 열린다.
bell@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