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사상 처음으로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로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6번째 정도가 된다고 한다. 수출은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4번째로 연간 1조달러 달성이 가시권이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한국은행이 3.3%,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2%다. 해외 투자은행(IB)의 전망치는 3.5~3.8%로 더 높다. 한국 경제의 규모와 산업 경쟁력이 상위권에 오를만큼 커지고 국민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더 많아졌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 이면엔 지속가능성을 불안케 하는 요소들이 적지 않다. 축포보다는 냉철한 분석과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명목 GNI는 전년 동기 대비 26.4%가 늘어 4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질 GNI도 전 분기 대비 3.1%가 증가해 2분기 실질 GDP 성장률 0.6%를 크게 상회했다. 환율 안정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GNI 4만달러 돌파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한은의 전망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수출액 급증이 GDP와 GNI를 모두 끌어올렸다. 올해 누적 수출액은 이미 지난 5일을 기점으로 사상 최고였던 작년 연간 전체 기록(7093억달러)을 넘었다.

1인당 GNI는 원화로 발생한 소득을 달러로 환산한 값이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높아진다. 원화는 1달러당 1600원선까지 위협하다 최근 1300원대로 떨어졌다. 환율은 국가 신인도와 관련되지만, 단기 변동 자체가 경제 체질 변화의 결과가 아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원화 가치 상승이 겹치면 달러로 환산한 GNI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연간 1조달러를 눈앞에 둔 수출은 절반 가까이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다. 1~8월 누적 기준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이 2812억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69.6%가 뛰었다. 반도체 수출 규모가 2.5배 이상으로 커졌다는 뜻이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0.6%에 달했다.

결국 문제는 수출·성장의 지속가능성과 업종·계층별 소득분배 개선이다. 정부 지출과 기업 유보금까지 합쳐 모든 소득이 국민 사이에 완전히 균등하게 분배되는 이상적인 경제 모델을 가정하면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의 4인 가계 연간 소득은 복지·공공서비스까지 포함해 2억원은 돼야 한다. 국민 체감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소득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혁신,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통한 생산성 혁신과 잠재성장률 제고, 수출성과의 내수로의 전환, 반도체 편중 성장과 양극화 극복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표의 숫자는 허상이거나 언제 무너질지 모를 모래성일 수 밖에 없다. 반도체와 환율의 착시를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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