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영화를 예매하는 시민들의 모습 [연합]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영화를 예매하는 시민들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극장 개봉 영화가 OTT나 IPTV에 풀리기까지 걸리는 기간, 이른바 ‘홀드백’을 둘러싼 논란이 공정거래 이슈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지난 8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홀드백 자율협약의 경쟁제한성과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홀드백이 법적 강제력이 없는 ‘자율협약’이더라도, 사업자들이 일정한 기간을 공동으로 정해 사실상의 업계 표준으로 만들 경우 영화의 유통시기와 플랫폼 간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질의서의 핵심이다.

정부는 지난 5월 영화 제작·배급·상영업계와 IPTV·주요 OTT 플랫폼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홀드백을 비롯한 현안을 논의해왔다. 당초 지난달 발표가 목표였던 ‘한국 영화 상생을 위한 홀드백 자율협약’(가제)에는 120~150일의 홀드백 기간과 작품별 예외 조항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해관계자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홀드백 문제는 여전히 매듭짓지 못한 상태다.

공정거래법 제40조는 사업자 두 곳 이상이 거래조건이나 거래시기를 공동으로 정하는 행위를 ‘부당한 공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영화마다 제작비, 손익분기점, 판권 조건이 다른데도 업계 전체가 같은 공급 시점 기준을 공유한다면, 이는 개별 사업자의 영업 판단이 아니라 공동의 거래 제한으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의 주장이다.

단체는 “높은 영화 관람료와 콘텐츠 부족, 스크린 집중 등 영화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OTT·IPTV 이용 시기만 제한한다면 소비자에게 비용과 불편을 전가할 우려가 있다”며 “극장에서 충분한 상영 기회를 얻지 못한 영화까지 일률적인 홀드백을 적용할 경우 중소·독립영화의 관객 확보와 수익 회수 기회를 오히려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의식은 지난달 말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안산소비자단체협의회, 참여연대가 공동 기자회견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홀드백 자율협약에는 속도를 내면서 기존에 제기돼온 정산 투명성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 등 정부가 중재했다는 사실이 공정위의 판단을 피할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점도 짚었다. 질의서는 “정부가 정책적 목적으로 사업자 간 홀드백 합의를 주도하더라도, 해당 합의가 경쟁제한적 효과를 발생시킨다면 공정거래법상 검토가 가능하다는 것이 공정위의 입장이냐”고 물었다.

앞서 홀드백 기간을 6개월로 규정하는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상임위 심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공정위는 일률적 의무화가 OTT 간 경쟁과 소비자 후생을 저해할 수 있다며 신중론을 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 관계에 있는 사업자들이 동일한 유통 시점을 공동으로 정하는 것이 공정거래법상 가능한지는 한 번도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문제”라며 “협약 체결에 앞서 공정위의 명확한 유권 판단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