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2024년 청년의 삶 실태’ 분석
번아웃 경험 52.7%·장기구직자 60%
“직업훈련 투자 확대·질적 개선해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 두 명 중 한 명 이상이 ‘번아웃(신체·정신적 소진 상태)’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직 기간이 1년을 넘어가면 번아웃 경험률은 60%를 웃돌았다. 장기화되는 취업난과 고용 불안이 청년층의 정신적 소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한국경제인협회가 국무조정실의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만 19~34세 실업 청년의 번아웃 경험률은 52.7%로 집계됐다. 취업 청년의 번아웃 경험률(32.4%)보다 약 1.6배 높은 수준이다. 특히 구직 기간이 1년 이상인 실업 청년의 경우 번아웃 경험률이 61.8%까지 치솟았다.
일자리를 갖고 있더라도 고용 형태에 따라 차이가 컸다. 임시·일용직 청년의 번아웃 경험률은 41.1%로 고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용직 청년(29.6%)보다 약 1.4배 높았다.
실업 청년들이 번아웃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진로 불안’이었다. 번아웃을 경험한 실업 청년 가운데 68.4%가 진로 불안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어 일에 대한 회의(9.9%), 일과 삶의 불균형(7.1%) 순이었다.
임시·일용직 청년 역시 진로 불안이 57.0%로 가장 높았다. 일 과중(13.6%), 일에 대한 회의(12.1%)가 뒤를 이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된 상용직 청년은 일 과중(23.2%), 진로 불안(20.5%), 일에 대한 회의(19.9%) 등 번아웃 원인이 비교적 고르게 분포했다.
한경협은 “최근 청년층의 임금일자리에 대한 첫 취업 평균 소요기간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등 청년층 노동시장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며 “청년층이 겪는 취업의 어려움과 고용 불안이 청년층의 번아웃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경협은 청년 번아웃을 줄이기 위해 현장 중심의 직업훈련과 맞춤형 고용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의 직업훈련은 교육기관 중심으로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다.
진로 불안을 겪는 청년들은 취업 준비에 필요한 실질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실업 청년은 필요한 교육·훈련으로 취업 준비 비용 지원(36.3%)을 가장 많이 꼽았고 직업훈련(23.3%), 고용 상담 서비스(20.5%)가 뒤를 이었다. 임시·일용직 청년 역시 취업 준비 비용 지원(22.6%), 고용 상담(20.3%), 직업훈련(20.0%)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직업훈련 체계는 현장과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 등 실제 일터에서 이뤄지는 현장 직업훈련 비중은 1.5%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11.7%)을 크게 밑돌았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직업훈련 지출 역시 한국은 0.07%로 OECD 32개국 평균(0.11%)에 못 미쳤다. 반면 기관 직업훈련이 차지하는 비중은 82.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평균(67.4%)을 웃돌았다.
이에 따라 기업이 직접 청년들에게 현장 훈련을 제공할 수 있도록 훈련비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재정 여건이 어려운 청년에게 취업 준비 비용을 지원하고 장기간 구직하거나 진로 불안이 큰 청년을 조기에 파악해 전문 심리상담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본부장은 “청년층의 높은 정책 수요를 고려해 취업 준비 비용 지원과 고용 상담 등 고용서비스의 접근성과 실효성을 높여 청년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직업훈련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기업 현장 훈련 지원을 강화해 직업훈련의 현장 연계성을 높이는 등 양적·질적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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