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MT, 3년 만에 D램 점유율 10% 진입

‘마의 15%’ 돌파도 머지 않아…업계 긴장

美, 더 이상 韓 반도체 ‘방패막이’ 아냐

애플에 중국산 칩 탑재 허용 가능성 촉각

<편집자주>

‘칩칩팹팹(Chip Chip Fab Fab)’​은 AI 시대를 움직이는 반도체 산업을 쉽고 깊이 있게 풀어내는 연재입니다. AI 혁명의 핵심인 ‘칩(Chip)’과 이를 만드는 ‘팹(Fab)’을 잇는 이름으로, ‘칙칙폭폭’ 달리는 기차처럼 반도체 산업의 쉼 없는 진보를 담은 표현이기도 합니다. 복잡한 기술은 쉽게, 뉴스 이면의 이야기와 산업의 흐름은 깊이 있게 전하며, AI 시대를 이끄는 반도체의 현재와 미래를 독자들과 함께 읽어갑니다.

중국 동부 안후이성 허페이의 쿵강 산업단지에 위치한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본사의 모습. [AFP]
중국 동부 안후이성 허페이의 쿵강 산업단지에 위치한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본사의 모습. [AFP]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안녕하세요, 칩칩팹팹. 이번 주에도 중국 최대 메모리 제조사 창신메모리(CXMT)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CXMT를 이렇게 자주 다룰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올해 7월 CXMT가 상하이 증시에 상장한 이후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우리 메모리 기업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 속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바일 D램인 LPDDR6가 대표적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아직 공식적으로 양산을 선언하기 전, CXMT가 먼저 양산을 선언해버렸습니다.

물론 중국 D램이 아직 한국 D램의 성능을 따라오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제재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최첨단 반도체 장비를 도입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한국 기업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거든요.

최근 만난 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계 임원도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 그는 “중국은 주로 선발표를 한다. 우리나라는 실제 양산할 수 있을 때 발표하지만 중국은 양산도 전에 미리 발표하는 것”이라며 지나치게 위기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곧바로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반도체는 결국 시간의 문제다. 계속 반복하다 보면 수율은 올라간다. 언젠가는 한국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제가 가장 걱정하는 것도 바로 이 대목입니다. 혹시 반도체가 디스플레이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겁니다.

중국이 LCD(액정표시장치)에서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던 2010년대 중반에도 지금과 비슷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중국 제품은 한국보다 기술력이 떨어진다”, “아직 기술격차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LG디스플레이 LCD 패널 생산라인 모습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 LCD 패널 생산라인 모습 [LG디스플레이 제공]

그도 그럴 것이 2016년까지도 LG디스플레이는 전 세계 대형 LCD 출하량 1위였습니다. 중국 BOE는 물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었지만 저가·범용 제품 비중이 높아 기술력에서는 한국 업체들과 차이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한·중 LCD 기술격차가 약 1년이고, 한국에 2~3년의 골든타임이 남아 있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예상보다 빠르게 바뀌었습니다. 불과 2~3년 뒤 중국은 LCD 출하량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섰습니다. 이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수익성이 떨어진 국내 LCD 시장에서 잇따라 발을 뺐습니다. ‘기술격차가 아직 1년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 뒤 불과 3년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그리고 지금 디스플레이 산업은 어떻게 됐을까요.

2010년대만 해도 반도체와 함께 한국을 먹여 살리던 대표 수출산업 가운데 하나가 디스플레이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산업을 바라보는 관심은 크게 식었습니다.

2020년 4월 발표된 대형 LCD 패널 시장 점유율 추이와 전망 [트렌드포스 자료]
2020년 4월 발표된 대형 LCD 패널 시장 점유율 추이와 전망 [트렌드포스 자료]

최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가 개최한 디스플레이 콘퍼런스에 다녀왔는데, 한 발표자는 “해마다 콘퍼런스에 참석자가 줄고 있다. 예전과 비교하면 3분의 1 정도가 된 것 같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옴디아 역시 과거 연 2회 열던 국내 디스플레이 콘퍼런스를 현재는 연 1회로 줄였습니다.

인재 수급도 어렵습니다. 지난 6월 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에서 만난 취준생이 기억납니다. 디스플레이 관련 학과에 재학 중인 그는 “주변 친구 10명 가운데 8명은 반도체 업계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기술격차를 유지하려면 결국 사람이 필요하지만, 젊은 인재들은 디스플레이보다 반도체로 향하고 있는 셈입니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임원은 “지금 기술격차를 더 벌려놔야 할 때인데 정작 인재를 찾기가 너무 어렵다”며 한숨 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지금부터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중국의 기술력이 뒤처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했다가 어느 순간 시장의 주도권까지 넘겨주는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조금 말이 길어졌네요. 그럼 이번 주에는 제가 왜 또다시 CXMT를 주목했는지 본격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CXMT D램 점유율 10%…LPDDR6는 삼성·SK보다 먼저 양산 선언

2026년 2분기 전세계 D램 점유율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제공]
2026년 2분기 전세계 D램 점유율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제공]

먼저 어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자료입니다. 올해 2분기 전세계 D램 점유율을 1위는 삼성전자(38%)가 차지했습니다.

문제는 CXMT입니다. 2분기 점유율 10%를 기록하면서 4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지난 분기보다 2%포인트 늘어난 겁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CXMT가 가져간 점유율 상당 부분이 SK하이닉스에서 빠져나왔다는 점입니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점유율은 25%로 전분기 29%보다 4%포인트나 떨어졌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마이크론과 CXMT는 각각 2%포인트씩 점유율을 늘렸습니다.

CXMT의 성장 속도가 상당히 가파릅니다. 2023년까지만 해도 글로벌 D램 시장에서 CXMT의 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 4%로 올라선 데 이어 올해 1분기 8%, 2분기에는 결국 10%까지 치고 올라왔습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CXMT가 전년 동기 4%에서 올해 2분기 10%로 점유율을 확대하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고 분석했습니다.

업계에서는 통상 점유율 13~15% 안팎을 하나의 ‘티핑포인트’로 보고 있습니다. 이 수준을 넘어서면 규모의 경제가 본격적으로 작동하면서 몸집을 불리는 속도가 훨씬 빨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미 예상보다 성장 속도가 빠릅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와 글로벌 투자은행(IB) UBS 등은 앞서 CXMT의 D램 출하량 점유율이 2028년께 10%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런데 CXMT는 예상을 깨고 2년이나 빨리 10% 벽을 넘어섰습니다.

창신메모리(CXMT)의 LPDDR6 모델. [창신메모리 홈페이지 캡처]
창신메모리(CXMT)의 LPDDR6 모델. [창신메모리 홈페이지 캡처]

기술력도 빠르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지난주 ‘칩칩팹팹’에서 샤오미의 최신 플래그십 폴더블 스마트폰에 CXMT가 만든 LPDDR6가 탑재될 것이라고 전해드렸는데요. 이번 주에는 샤오미와 CXMT가 공식적으로 이를 언급했고, CXMT는 한발 더 나아가 LPDDR6 양산까지 선언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아직 공식적인 LPDDR6 양산을 발표하기 전에 CXMT가 먼저 ‘양산’을 선언한 겁니다.

HBM3E도 내년 양산…韓·中 기술격차 3년으로 줄어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도 추격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미국 테크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CXMT는 5세대 HBM인 HBM3E의 소량 생산을 이미 시작했다고 합니다. 알리바바와 캠브리콘 등 중국 AI 가속기 개발 업체들과 제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2027년부터 대량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업계에서는 당초 CXMT가 올해 HBM3 양산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개발 일정이 1~2년 가량 앞당겨지면서 한 세대 뒤 제품인 HBM3E 생산 단계에까지 진입한 것입니다.

지난 2024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21회 중국 국제 반도체 엑스포에 참가한 CXMT의 전시 부스. [AP]
지난 2024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21회 중국 국제 반도체 엑스포에 참가한 CXMT의 전시 부스. [AP]

HBM3E는 삼성전자도 개발과 고객 인증 과정에서 약 2년간 어려움을 겪은 제품입니다. 삼성전자가 2024년 4월 HBM3E 양산을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CXMT가 실제 2027년 대량 양산에 성공할 경우 양산 시점 기준 격차는 약 3년까지 좁혀지는 셈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중국과의 HBM 기술격차를 많게는 5년 가량으로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제품 세대만 놓고 보면 이제 격차는 불과 한 세대 수준입니다.

돈도 벌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한국을 추격할 당시에는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출혈 경쟁을 벌여 점유율을 끌어올렸습니다.

하지만 CXMT는 상황이 다릅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만 1503억1000만위안(약 30조8000억원)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776억500만위안(약 16조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단순히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물량을 쏟아내는 단계를 넘어, 자체적으로 이익을 내면서 투자 여력을 키우기 시작한 겁니다.

美 ‘대중 규제’ 기조도 변화 조짐…CXMT, 애플 공급망 진입 노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공화당 의원들과 함께한 ‘여름 마무리 바비큐’ 행사 중 발언하고 있다. [EPA]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공화당 의원들과 함께한 ‘여름 마무리 바비큐’ 행사 중 발언하고 있다. [EPA]

최대 시장 미국에 다시 진출하기 위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에도 나섰습니다. 중국군을 지원한 적이 없다며 미국 국방부를 상대로 블랙리스트 지정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입니다. CXMT가 설계·생산하는 칩은 순수 민간 및 상업용 용도에 국한돼 있기 때문에 블랙리스트 등재가 부당하다고 주장하합니다.

CXMT는 소송 제기 이후 발표한 공식 입장에서 “CXMT는 군사 기업이 아니며, 중국군과 어떠한 연계도 맺고 있지 않다”며 “2025년 1월 해당 명단에 처음 포함된 이후 지속적인 평판 저하와 상업적 피해를 겪어왔다. 회사의 정당한 명성과 사업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법적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습니다.

CXMT가 블랙리스트에 올라 애플은 CXMT 메모리를 쉽게 탑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원가절감을 위해 중국용 기기에만 CXMT 메모리를 탑재하면 안되냐고 로비를 펼치고 있기도 합니다. 일단 애플의 공급망에 CXMT가 진입했다는 것만으로도 메모리 3사에는 큰 위협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애플의 모바일 D램 공급량 가운데 70% 이상을 담당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한국 메모리에 시간을 벌어줬는데, 최근 그 기류가 바뀌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는데요. 올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고, 9월에는 워싱턴 정상회담을 위해 시진핑 주석이 미국을 찾습니다. 11월에는 중국 선전에서 APEC 정상회의가 열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또 한 번 중국을 방문하고요. 경색됐던 미중 관계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는 것이죠.

이 만남을 통해 미국이 중국 반도체에 대한 제재를 모두 풀어줄 가능성은 낮지만, 중국산 애플 제품에 한해 CXMT 메모리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줄 수 있다는 관측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또 최근 미국은 한국을 겨냥해 미국에서 메모리를 생산하지 않으면 ‘표적 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미국은 또 다른 반도체 생산 기지인 대만을 지렛대로 삼고 있습니다. 대만은 직접 투자금액도 늘리면서 TSMC가 미국 공장을 건설하며 간접적으로 투자액을 늘리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반도체 기업을 잘 지켜줘야 하는 시기처럼 보입니다.

“CXMT DDR5, SK하이닉스와 성능 1% 차”…거세지는 ‘레드칩 어택’에 韓 메모리 누가 지켜주나 [칩칩팹팹]

“CXMT DDR5, SK하이닉스와 성능 1% 차”…거세지는 ‘레드칩 어택’에 韓 메모리 누가 지켜주나 [칩칩팹팹]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안녕하세요. 불과 2주 전에 중국의 양쯔메모리(YMTC)가 출하량에서 키옥시아와 마이크론, 샌디스크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55790
더 노골화하는 美 대미투자 압박 [이슈&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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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만들지 않으면 관세 각오하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속적으로 던지는 메시지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기반으로 한 경제적 성과를 과시하고 이를 선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61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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