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너지장관 “투자로 산유량 수년 내 두 배 이상 확대 가능”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베네수엘라 의회가 미국에 자국 석유 매장량의 약 5분의 1에 대한 접근권을 부여하는 대형 석유 협정을 승인했다. 미국 국방부가 베네수엘라 민간 석유기업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생산 원유 일부를 원가에 공급받는 이례적인 구조다. 기존에 중국과 러시아가 영향력을 행사하던 유전도 대상에 포함되면서 에너지 분야를 둘러싼 미·중·러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여당이 다수를 차지한 베네수엘라 의회는 이날 표결을 통해 델시 로드리게스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체결한 석유 협정안을 승인했다.
이번 협정의 핵심은 미국이 베네수엘라 확인 석유 매장량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650억배럴 규모의 원유에 장기간 접근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협정에 따라 베네수엘라 민간 석유기업 노스아메리칸 블루에너지 파트너스(NABEP)는 17개 유전에 대해 100년간 개발권을 확보한다.
이들 유전의 확인 매장량은 약 650억배럴로, 미국 영토 내 전체 확인 원유 매장량인 약 460억배럴보다도 많다. 백악관은 이번 계약을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 협정”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도 NABEP에 직접 참여한다.
미 국방부 산하 전략자본국(Office of Strategic Capital)은 NABEP 모기업 지분 35%를 확보한다. 미국 정부가 별도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다. 또 미 국무부는 NABEP가 현재와 향후 운영하는 모든 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 가운데 20%를 생산원가에 구매할 권리를 확보했다.
2022년 출범한 국방부 전략자본국이 해외 민간 기업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EFE 통신은 전했다.
특히 기존에 중국과 러시아 기업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던 유전까지 인수 대상에 포함돼 중국과 러시아 측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와 관련, 미국 당국자는 로이터에 “중국과 양자관계는 매우 견고하며 중국 역시 이를 예측하지 못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2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도착한 직후 이번 협정으로 베네수엘라의 산유량이 수년 안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베네수엘라의 산유량은 1990년대 후반 하루 평균 300만 배럴로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투자 부족, 경영 부실, 미국의 제재 등으로 급락해 최근 수개월간 하루 110만∼120만 배럴 수준이었다.
라이트 장관은 “이번 계약으로 인한 투자로 산유량이 대폭 늘어나면 유가가 하방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유가가 하락해도) 현재 휘발유와 경유 가격 상승을 잡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정제 능력”이라고 말했다.
라이트 장관은 이번 방문 기간 양국의 석유 협정을 확정하고 민간 기관과의 협약에 서명한다.
미국 대형 석유기업인 셰브런을 비롯해 이탈리아 에니, 인도의 ONGC, 콜롬비아 지오파크, 미국 GE버노바 등도 이번주 베네수엘라의 에너지 프로젝트에 관한 계약에 서명할 예정이다.
mokiy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