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화성 등 월별 소비 타지역보다 최대 4%↑
반도체 거점 소비 증가액 연말 1.7조원 전망
내년 성장률 최대 0.09%포인트 끌어올릴 수도
한은 “추가 소득, 자산보다 소비로 흐르게 해야”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올해 성과급 지급 이후 용인·이천 등 주요 반도체 거점 지역에서 월별 소비 규모가 다른 지역보다 최대 4%가량 많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과급 지급이 소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앞으로 반도체발(發) 추가 소득이 자산시장보다는 소비와 실물 경제로 흘러 들어갈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정희완 한은 전 조사총괄팀 과장 등은 31일 ‘반도체 수혜 지역의 소비는 어떻게 될까’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해 “반도체 산업 호황이 이미 국내 소비에 유의미한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향후 성과급 지급 규모가 커지면서 소비 경로를 통한 파급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소비가 실제 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있는 경기 용인시 기흥구와 화성·평택시, SK하이닉스가 있는 경기 이천시와 충북 청주시 흥덕구 등 ‘반도체 수혜 지역’의 카드 소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작년 1월 성과급 지급 이후 이 지역 월별 소비가 다른 지역보다 최대 4% 정도 많았던 것으로 추정됐다. 작년부터 올해 6월까지 누적 소비 증가액은 약 1조1000억원이었다. 최근 흐름이 이어질 경우 올해 말 약 1조700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이런 소비 증가는 반도체 호황이 없었을 경우보다 GDP(국내총생산)를 작년 0.01%, 올해 0.03% 더 높인 것으로 추산됐다. 더 나아가 내년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성과급 지급 규모가 대폭 늘어날 것을 고려할 때 GDP가 0.08∼0.12% 증가하고, 이에 따라 GDP 성장률도 0.06∼0.09%포인트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한은은 지난 27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의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3%, 2.9%로 상향 조정하면서 이런 분석을 반영했다.
한은은 앞으로 반도체 산업 호황의 소비 파급 효과 크기가 ▷고용 동반 증가 여부 ▷추가 소득이 자산시장 대신 소비로 유입되는 정도 ▷소비 품목의 확산 범위 등에 달려있다고 제시했다.
특히 성과급을 받아 주택을 사는 비중이 작을수록 소비 증가 효과가 컸던 점에 주목했다. SK하이닉스가 있는 이천과 청주를 비교할 때 성과급 지급에 따른 소비 증가는 청주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청주에서는 추가 소득이 주택 시장보다 소비로 유입되는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기존 이천 거주자들은 성과급 지급 후 경기 동탄, 용인, 수원, 성남, 하남 등의 부동산 매입을 크게 늘린 반면, 청주 거주자들은 대전·충청권에 계속 머물렀다.
이재호 한은 조사총괄팀 차장은 “이천이 청주보다 수도권에서 가깝고, 수도권에서 출퇴근도 가능하다 보니 관련 주택 매입이 컸던 것으로 추정한다”며 “늘어난 소득이 자산시장보다 소비와 실물 경제로 원활히 환류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과거 조선, 철강, 자동차, 화학 등의 사례를 볼 때 기존 종사자의 1인당 임금 상승보다 고용 확대로 임금 총액이 증가했을 때 소비 파급 효과가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반도체 수혜 지역의 소비 증가는 자동차, 백화점 등 고가의 재량재(비필수적 재화)에 편중됐다. 예를 들어 이 지역의 올해 1∼6월 월평균 테슬라 인도량 증가율은 전년 대비 105.6%에 달해 전국 수준(77.2%)을 크게 웃돌았다.
다만 소비가 시차를 두고 서비스 등 다양한 품목으로 확산하면 ‘소득→소비→소득’의 선순환 효과도 점차 강화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kimsta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