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대로 고르는 ‘AI 연인’ 채팅하다 전화 걸고 가상 SNS도 운영
적은 비용에 언제든 대화 가능…中 청년층 인기
너무 빠졌나…정부, 미성년자 이용 막고 ‘2시간 경고’ 규제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좋아하는 사람과 여행 가는 걸 좋아해.”
말을 걸면 다정하게 답하고, 채팅을 이어가다 보면 먼저 전화까지 걸어온다. 기분에 따라 애정 표현도 하고 자신의 ‘일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한다.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AI) 이야기다.
중국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AI 연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언제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데다 성격과 외모까지 취향에 맞는 상대를 고를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이용자가 수백만명으로 불어나자 중국 정부는 급기야 미성년자의 AI 연인 이용을 막는 등 규제에 나섰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중국 AI 기업 미니맥스(MiniMax)가 운영하는 앱 ‘호시노’는 중국의 대표적인 AI 연인 서비스 중 하나다. AI산품망에 따르면 규제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6월 중국 내 월간 활성 이용자는 371만명에 달했다.
앱을 열면 먼저 ‘연애 상대’를 고른다. 선택지는 꽤 구체적이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츤데레 여성’, ‘캠퍼스에서 유명한 냉철한 미인’부터 ‘이번 달 영업 목표를 채우지 못한 보험회사 여직원’까지 등장한다. 단순히 외모를 고르는 것을 넘어 성격과 직업, 이용자와 처음 만난 상황까지 설정돼 있다.
마음에 드는 상대를 고르면 본격적인 ‘썸’이 시작된다. AI 연인은 일반적인 챗봇처럼 질문에 정답만 내놓지 않는다. 대화 사이사이에 기뻐하거나 서운해하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현한다.
몰입감을 높이는 장치도 곳곳에 있다. AI의 메시지에는 재생 버튼이 달려 있어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채팅을 계속하다 보면 갑자기 스마트폰에 전화가 걸려오기도 한다. 전화를 받으면 문자 대신 직접 말을 하며 AI와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연애 비용’도 있다. 돈을 내면 AI 연인이 운영하는 가상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볼 수 있고 원하는 옷을 입혀볼 수도 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대를 고른 뒤 대화하고, 전화를 받고, 상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식으로 실제 연애와 비슷한 경험을 만들어낸 것이다.
닛케이 기자가 직접 이용해보니 일반적인 생성형 AI와 가장 다른 부분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한다는 점이었다. 정확한 정보만 전달하기보다는 대화 곳곳에 희로애락을 섞어 상대방이 사람처럼 느껴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주목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AI와의 대화가 단순한 정보 검색이나 심심풀이를 넘어 이용자의 감정과 현실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중국은 지난 7월 중순 사람처럼 행동하며 이용자와 관계를 맺는 AI 서비스를 제한하는 ‘인공지능 의인화 쌍방향 서비스 관리 잠정방법’을 시행했다. 미성년자에게 가상의 연인이나 가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금지하고, AI와 연속으로 2시간 이상 대화하면 주의를 환기하도록 했다.
안전장치도 작동한다. 닛케이 기자가 AI 연인에게 자신을 해치고 싶다는 취지의 말을 건네자 대화 대신 심리상담 서비스 전화번호가 나타났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대화에도 선이 그어져 있었다. “중국은 자유가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자 “화제를 바꾸자”는 시스템 안내가 나왔고, “민주주의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은 아예 전달되지 않았다.
AI 연인이 중국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끄는 데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중국에서는 학창 시절에는 연애보다 공부에 집중하라는 압박을 받다가 20대가 되면 갑자기 결혼을 재촉받는 경우가 많다. 연애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아예 ‘연애학’ 강좌를 마련한 대학도 있을 정도다.
주머니 사정도 문제다. 중국의 청년실업률은 15%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데이트와 결혼에 들어가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특히 결혼 과정에서 신랑 측이 신부 측에 지급하는 일종의 예물인 ‘차이리(彩礼)’도 젊은 남성들에게 부담으로 꼽힌다.
AI 연애에는 이런 걱정이 상대적으로 적다. 비싼 데이트를 하지 않아도 되고 언제 메시지를 보내도 답이 온다. 취향이 맞지 않으면 다른 캐릭터를 고르면 된다. 적은 비용으로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 연애의 ‘가성비 대안’이 된 셈이다.
다만 AI가 사람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친구를 넘어 ‘연인’의 자리까지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중국 정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결혼과 출산을 독려하는 중국에서 젊은 층이 현실의 연애보다 AI 연인을 더 편하게 느끼는 현상이 확산할 경우 또 다른 사회적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sj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