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완화 가능성에 급매 회수 움직임
매물 8~12% 늘다 정책 선회에 상황 반전
고령 집주인, 매도·버티기 놓고 셈법 복잡
“번복이 반복되면 정책 신뢰 훼손될 것”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들도 팔지, 말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어요.”(서울 강남구 대치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부동산 세제개편안의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강남권 고가주택 소유주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일각에선 하락 가격에 ‘급매’를 내놨던 집주인이 다시 매물을 거두는 사례도 나왔다.
▶34.4억→31억까지 꺾였지만…집주인들 “매물 다시 거둘게요”=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권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 세제 정책에 대해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문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비거주 1주택자 세제 수정으로 강남권 매물 출회 흐름이 크게 바뀔 가능성은 작지만, 급매 매물을 거두거나 세무사 상담을 늘리는 등 변화를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 가빠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76㎡(전용면적·최근 실거래가 34억4000만원)를 31억원에 팔겠다고 급매를 내놓았던 한 집주인이 ‘(정부도)세제는 못 건드릴 것 같다’며 다시 매물을 거뒀다”고 전했다.
같은 지역의 또 다른 K공인중개사 대표는 “30~40년 전에 처음 사서 들어온 70~90대 집주인들이 무슨 돈이 있겠느냐”며 “종부세가 그렇게 오르면 못 버티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매물을 내놨다가, 다시 거둬들이는 걸 고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앞서 재정경제부가 마련한 ‘2026년 세제개편안’은 종부세 기본공제를 실거주 1주택자에게는 14억원, 비거주 1주택자에게는 9억원을 적용하도록 했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도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자 고가 주택이 밀집돼 있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매물은 크게 증가했다. 이날 기준 강남구 아파트 매물은 1만608건으로 지난달 25일(9766건)보다 8.6% 늘었다. 같은 기간 서초구는 7614건에서 8531건으로, 송파구는 5080건에서 5726건으로 각각 12% 이상 늘었다.
급매물 출회로 아파트값도 주춤했다. 8월 셋째주(지난 17일 기준)에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남구(-0.05%)와 서초구(-0.09%) 두 곳만이 2주 연속 하락했다. 송파구는 상승률이 0.10%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 23일 고위당정협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 상향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세제 당국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상향을 즉각 재검토하고 있다. 현재로선 비거주자 공제액을 실거주자와 같은 14억 원으로 맞추거나 현행 1세대 1주택자 기준인 12억 원까지만 올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고령자 많은 압구정·반포는 여전히 팔거나 ‘버티기’=정책 방향성이 급변하자 수억원씩 떨어진 급매에 내놨다 호가를 다시 올리는 집주인도 나타날 조짐이다. 대치동의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매매 호가는 지난 5·9 대책 이전으로 내려가 있는 상황”이라며 “고령자가 많고 팔아야 할 요인은 확실하게 남아 있다 보니 (세제 수정 이후에도) 매물을 거두기보단 가격을 1억~2억씩 다시 상향조절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령층 비중이 높은 압구정과 반포에서는 매물을 거두기보단 일단 매도하는 기조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장기보유 양도세에 관한 새 소식이 나오면 그땐 집값이 다시 반등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크게 반응이 없다”며 “발표 전 매물이 30여개 정도였다면 지금은 100개 이상 나와 있는 상태”라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C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역시 “매물을 거둔 케이스는 아직 없었다”며 “연세 있는 집주인들이 대다수라 다시 거둬들이는 건 소수일 것”이라 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도 “그동안 정책 변화를 잘 버티던 고령 1주택자들이 이번에는 유독 힘들어하고 빠른 매도를 바란다”며 “확실한 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 듯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세무사 상담을 일상처럼 받으며 ‘버티기’에 돌입한 집주인들의 모습도 감지됐다. 서초구 반포동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당정청이 발표한대로) 만약 1주택자 세금이 전처럼 돌아가다면, 그 이후에야 매물이 소폭 감소할 것”이라며 “(반포는) 한강변 초고가 단지인 데다, 압구정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겹쳐 결국 가격이 오를 자산이라는 걸 모두 인지하고 있어 ‘팔지 말고 버티자’는 비중도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일관성 없는 세제 정책이 오히려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브레이크의 방향은 맞지만, 번복이 반복되면 정책의 신뢰가 훼손될 것”이라며 “버티면 또 후퇴할 것이라는 잘못된 학습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결정을 시장에 넘기고 혼란을 가중하면 정부는 절대 시장을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승현·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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