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행정체제 개편, 여야 시장·구청장 공조 속 ‘제3의 카드’ 등장
지난 22일 송도특별자치구 추진위 출범
김진용 전 인천경제청장, 초대 추진위원장 선출… “단순 분구로는 한계”
박찬대 시장에게 ‘경쟁자’인가 ‘지원군’인가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행정체제 개편을 둘러싼 논의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박찬대 인천시장과 이재호 연수구청장이 여야를 넘어 ‘송도구 신설’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내걸고 행정체제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진용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단순한 분구를 넘어 ‘송도특별자치구’를 들고 나왔다.
같은 송도의 자치권 강화를 말하고 있지만, 방법과 권한의 범위는 다르다.
박 시장과 이 구청장이 송도를 연수구에서 분리해 독립된 자치구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김 전 청장은 자체 과세·징수권까지 갖춘 특별자치구를 통해 인천경제청의 개발 기능과 지방자치 행정을 결합하자는 구상이다.
결국 송도 행정체제 개편의 문제가 단순히 ‘송도구를 만들 것인가’에서 ‘송도에 어느 정도의 자치권을 줄 것인가’라는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민주당 시장·국민의힘 구청장, 송도 분구에는 ‘한뜻’
박 시장(더불어민주당)과 이 구청장(국민의힘)은 정치적 소속이 다르다. 그럼에도 송도 분구 문제에서는 사실상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6·3지방선거 과정에서 급격히 증가한 송도의 인구와 행정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송도구 신설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당시 박 후보는 송도구 신설과 함께 송도에 UN 글로벌 AI 허브를 유치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 구청장 역시 선거 이후 박 시장에게 송도구 분구를 민선 9기 출범과 동시에 추진해 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이 구청장은 6·3 지방선거 직후 박 시장에게 전달할 ‘제1호 제안서’에 송도구 분구 행정체계 개편안 발표를 포함시켰다. 이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도 송도구 분구 추진을 공식 건의했다.
8월 들어서는 한발 더 나아갔다. 인천시의 군·구 현안 보고회에서 이 구청장은 박 시장에게 송도 분구뿐 아니라 분구 이전 주요 행정권한을 사전에 이양해 달라고 요청했다.
여야가 다른 두 단체장이 송도 행정체제 개편을 놓고 사실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김진용 전 청장, ‘송도특별자치구’ 새 카드를 꺼내
이런 상황에서 김진용 전 인천경제청장이 등장했다.
김 전 청장은 지난 22일 송도센트로드에서 송도특별자치구 추진위원회 창립총회를 열고 초대 추진위원장에 선출됐다.
추진위가 제시한 것은 일반적인 ‘송도구’가 아니다. 자체 과세권과 징수권을 확보하고 인천경제청의 개발 기능과 자치행정 기능을 결합하는 통합형 특별자치구 모델이다.
추진위는 특별법 제정을 거쳐 2030년 7월 출범한다는 목표까지 제시했다.
김 전 청장이 강조하는 논리는 이렇다. 송도가 세계적인 국제도시로 성장하려면 기존의 행정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단순히 연수구에서 송도를 떼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두 구상을 놓고 보면 차이가 분명하다. 박 시장과 이 구청장의 송도구는 우선 행정구역을 분리해 독립적인 자치구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반면 김 전 청장의 특별자치구는 여기에 재정·개발 권한을 더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논쟁의 핵심은 단순한 분구 여부가 아니라 세금과 개발이익, 행정권한을 어디까지 송도에 맡길 것인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송도구’와 ‘특별자치구’… 같은 듯하지만 정치적 무게 달라
특히 송도가 자체 세원을 확보할 경우 연수구 원도심과의 재정 격차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인천시와 연수구 입장에서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결국 박 시장과 이 구청장이 추진하는 ‘송도구’와 김 전 청장의 ‘송도특별자치구’가 향후 어떤 방식으로 조정될지가 관건이다.
여기에 김 전 청장의 정치적 행보라는 변수도 빼놓기 어렵다.
김 전 청장은 과거 인천경제청장을 지낸 바 있고 지난 2024년 총선 당시 연수구을 출마를 준비했던 정치적 이력이 있다.
선거법 사건으로 정치 일정에 제동이 걸렸지만 지난 6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검찰이 상고하지 않으면서 무죄가 확정됐다.
그런 그가 무죄 확정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송도라는 자신의 행정·정치적 기반에서 새로운 정책조직의 수장으로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때문에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번 행보를 단순한 도시행정 운동으로만 봐야 하는지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 전 청장의 등장, ‘정책 경쟁’인가, ‘정치적 재기’인가
특히 다음 국회의원 선거가 2028년 4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송도특별자치구라는 대형 지역 현안을 이끌 경우 김 전 청장에게는 정치적 인지도와 주민 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
다만 현재 김 전 청장이 2028년 총선 출마를 선언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총선 출마를 위한 조직’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정치적 재기 가능성과 향후 행보를 둘러싼 상황으로 보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박 시장의 선택이 중요해진다. 김 전 청장의 특별자치구 구상을 박 시장이 받아들이면 송도 분구 논의는 한 단계 더 확대될 수 있다.
반대로 박 시장이 일반적인 자치구 신설에 집중한다면 김 전 청장은 ‘특별자치구’라는 차별화된 의제를 계속 들고 갈 수 있다.
이 경우 정치적 구도도 달라진다. 박찬대는 송도구를 추진한 시장, 이재호는 송도 분구를 요구한 연수구청장, 김진용은 송도특별자치구를 주장한 전 인천경제청장이라는 세 개의 정치적 브랜드가 형성될 수 있다.
특히 박 시장과 이 구청장이 여야를 넘어 송도 분구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은 김 전 청장에게도 부담이다.
이미 행정권을 가진 두 단체장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송도 행정권’ 누가 선점하느냐가 진짜 승부
결국 연수구의 송도 분구 본질은 행정구역 명칭 하나가 아니다.
송도의 미래 행정권과 재정권, 개발권을 누가 설계하고 누가 정치적으로 주도하느냐의 문제다.
박 시장이 송도 분구를 실제 행정절차로 연결하고 이재호 구청장이 중앙정부를 상대로 지원을 끌어내는 상황에서 김 전 청장은 ‘특별자치구’라는 카드를 꺼냈다.
이 때문에 앞으로의 관심은 ‘송도구가 만들어지느냐’에서 ‘누가 송도의 미래 행정체제를 결정하느냐’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송도특별자치구가 현실화하려면 특별법 제정 등 국회와 중앙정부의 절차가 필요하다. 반면 일반적인 분구 역시 인구 기준과 행정·재정 문제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결국 세 사람에게 송도는 같은 공간이지만 정치적 계산은 다를 수 있다.
송도의 행정체제 개편을 둘러싼 세 사람의 셈법이 같을지, 아니면 결국 서로 다른 길로 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헤럴드경제 기자 / 인천·경기서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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