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첫 직장 청년, 대기업 이직은 100명 중 5명
같은 직장 유지율도 대기업·공공보다 9.7%p 낮아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중소기업 취업이 청년에게 더 나은 일자리로 올라서는 ‘경력 사다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에서 첫 직장을 시작한 청년 100명 중 11명은 3년 뒤 일자리에서 벗어나 미취업 상태가 됐다. 대기업·공공부문으로 옮긴 이는 5명 수준이었다.
중소기업의 임금과 복지 수준뿐 아니라 입사 이후 경력 전망까지 불투명한 점이 청년의 취업 기피와 장기간 구직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청년을 중소기업에 취업시키는 데 집중된 현행 지원정책을 숙련 형성과 경력 이동까지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회예산정책처가 한국고용정보원의 ‘청년패널2021 1~4차’ 자료를 토대로 청년의 첫 직장 진입 이후 3년간 노동시장 이동을 추적한 결과, 중소기업 출발자의 대기업·공공부문 이동 비율은 4.7%에 그쳤다. 분석 대상은 2021년 당시 만 19~28세였던 청년으로,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와 일용직·초단기 아르바이트 등은 첫 직장에서 제외됐다.
중소기업에서 첫 직장을 시작한 청년 3006명 가운데 3년 뒤에도 같은 직장에 남아 있는 비율은 59.2%였다. 다른 중소기업으로 옮긴 경우가 22.5%, 대기업·공공부문으로 이동한 경우가 4.7%였다. 실업이나 비경제활동 상태가 된 미취업자는 11.4%, 자영업 등으로 이동한 경우는 2.2%였다.
대기업·공공부문에서 첫 직장을 시작한 청년과 비교하면 격차가 뚜렷했다. 대기업·공공부문 출발자의 첫 직장 유지율은 3년 뒤 68.9%로 중소기업 출발자보다 9.7%포인트 높았다. 두 집단의 유지율 격차는 입직 1년 뒤 4.9%포인트에서 2년 뒤 7.7%포인트, 3년 뒤 9.7%포인트로 갈수록 벌어졌다.
미취업 상태가 된 비율도 대기업·공공부문 출발자는 6.5%로 중소기업 출발자보다 4.9%포인트 낮았다. 첫 직장의 기업 규모에 따라 고용 안정성과 이후 경력 경로가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중소기업 출발자 가운데 이직한 청년 역시 상당수는 중소기업 안에서 이동했다.
중소기업 비정규직으로 첫 직장을 시작한 이직자의 44.2%는 다른 중소기업의 정규직으로 옮겼지만, 32.1%는 3년 뒤에도 중소기업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대기업·공공부문으로 이동한 비율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합쳐 17.6%였다.
중소기업 내 이직도 임금과 처우를 개선하는 효과는 있었다. 다른 중소기업으로 옮긴 청년의 68.4%는 실질임금이 올랐고 임금 증가율 중위값은 10.6%였다. 다만 대기업·공공부문으로 이동한 청년은 73.2%의 실질임금이 상승했고 증가율 중위값도 16.7%로 더 높았다.
상여금을 받는 비율은 중소기업 내 이동자가 50.7%에서 66.6%로 높아진 데 비해 대기업·공공부문 이동자는 49.1%에서 77.7%로 뛰었다. 시간외수당 지급 비율도 중소기업 내 이동자는 39.6%에서 45.3%로 상승했지만, 대기업·공공부문 이동자는 41.1%에서 65.2%로 개선 폭이 컸다.
청년이 중소기업 취업을 주저하는 배경에는 이런 경력 전망의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사회조사에서 13~34세 청소년·청년이 선호하는 직장은 대기업이 28.7%로 가장 많았고 공기업 18.6%, 국가기관 15.8% 순이었다. 중소기업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4.3%에 불과했다.
반면 올해 6월 기준 300인 미만 기업 종사자는 1701만7000명으로 전체 종사자의 82.2%를 차지한다.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와 실제 일자리 구조 사이의 간극이 큰 것이다. 졸업 후 첫 임금근로 일자리를 얻기까지 1년 이상 걸린 청년 비율도 2020년 26.0%에서 올해 31.2%로 높아졌다.
임금과 숙련 기회의 격차도 크다. 300인 이상 기업의 월평균 임금은 632만3000원으로 300인 미만 기업 336만2000원의 두 배에 육박했다. 300인 미만 기업의 법정외 복지비용과 교육훈련비는 근로자 1인당 월 16만6500원으로, 300인 이상 기업 50만5900원의 32.9% 수준에 그쳤다.
첫 일자리의 임금이 높고 사회보험이 갖춰진 경우 3년 뒤 미취업 상태가 될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대기업·공공부문으로 올라갈 가능성과는 뚜렷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중소기업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청년의 노동시장 이탈은 줄일 수 있어도 상향 이동까지 보장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청년고용정책도 채용과 근속 지원을 넘어 첫 직장에서 쌓은 숙련을 다음 일자리에서 인정받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수행 업무와 숙련 수준을 직무능력은행제와 고용24 통합경력증명에 기록하고, 이를 기업의 채용과 임금 결정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비정규직 청년에게는 계약이 끝나기 전부터 경력 상담과 직업훈련, 채용 연계를 제공해 미취업 공백을 줄일 필요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첫 직장의 직무 경험이 다음 단계로 연결될 수 있는 경력 사다리를 구축하고, 이를 청년이 예측할 수 있는 경력 전망으로 만드는 데 정책의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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