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실시간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
25일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실시간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

7월1일 장중 1559원→8월24일 1376.5원… 54일 새 182.7원 급락

지난해 사업계획 수립기 환율 1400원대…중기들 “1400원이 기준”

중견기업 47.3% ‘환율 변동성’ 우려…中企 하반기 수출 ‘환율’ 방어 비상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지난해 올해 사업계획을 세울 때 원·달러 환율을 1400원으로 잡았습니다. 당시 환율은 1450원대여서 내부적으로도 ‘보수적으로 잡았다’고 했었는데, 이제 시장 환율이 그보다 더 내려갔습니다.”

수출 비중이 높은 한 중견기업 간부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말 기업들이 2026년 사업계획을 짤 당시 원·달러 환율은 1400원 후반대에서 등락했다. 수출 기업은 원화가 약세가 되면 해외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생긴다. 원화가 강세가 되면 수입 기업이 유리해진다.

문제는 한국 중소기업들이 올해 상반기 기록적 수출 실적을 기록한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는 원화 약세였는데, 이 메리트가 최근의 급격한 환율 하락으로 하반기에는 기대키 어려운 상황에 처해지게 됐다는 점이다. 특히 기업등 경제 주체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불확실성’인데, 환율의 급격한 상승과 급격한 하락은 모두 기업들에 부담이 된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초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훌쩍 넘었다. 지난 7월1일 장중 1559.2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8월 24일 장중 1376.5원까지 내려앉았다. 불과 두 달도 안 되는 사이 182.7원이 떨어졌다. 고점 대비 하락률은 약 11.7%다.

더 큰 문제는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환율 하락은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물량과 글로벌 달러 약세 등이 겹치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반도체 등 수출기업들이 달러를 대규모로 벌어들이고 있는 상황은 환율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은 하반기 최대 경제 변수로 ‘환율’을 지목한 바 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지난 6월22일부터 7월3일까지 주요 수출업종 중견기업 250개사를 조사한 결과 하반기 수출 악화 요인으로 ‘환율 변동성 확대’를 꼽은 기업이 47.3%로 가장 많았다. ‘원자재·인력 등 비용 상승’ 36.4%, ‘물류비 증가’ 30.9%보다 높았다.

환율이 수익성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도 있다. 중견련이 수출 중견기업 46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중견기업 수출 전망 조사’에서는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 원·달러 환율로 ‘1375원 이상 1400원 미만’을 선택한 기업이 23.8%로 가장 많았다. 지난 24일 장중 저점인 1376.5원은 당시 중견기업들이 가장 많이 꼽았던 수익성 확보 환율의 마지노선에 근접한 수준이다.

환율 변동의 파장이 커진 배경에는 올해 중소기업의 수출 호조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수출액은 640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1.6%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사상 처음 600억달러를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다. 수출 중소기업도 8만490개사로 2.4% 늘어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화장품 수출이 50억7000만달러로 30.7%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수출 확대를 통해 실적을 끌어올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하반기 원화 가치 급등이 새로운 변수가 된 셈이다. 다만 원화 가치 상승으로 원자재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는 설명도 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원화가치가 상승해 수입에선 유리하고 수출에선 불리한 조건이 된다. 환율 부담은 화장품 업계에선 상당부분이 서로 상쇄 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환율 방향이 빠르게 뒤집혔다는 점도 기업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1500원대 원·달러 환율은 수입 원자재와 부품 가격을 밀어올리는 요인이었다. 수출기업에는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달러 매출의 원화 환산액을 키우는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불과 한 달여 만에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오면서 이번에는 수출 채산성이 경영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환율이 일정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보다 짧은 기간 너무 크게 움직이는 것이 기업에는 더 어렵다”며 “수출과 원재료 수입 구조에 따라 업체별 영향은 다르겠지만 사업계획을 세울 때 예상했던 범위를 벗어나면 하반기 실적 관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