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형 전시 선도, 세계적 과학관

관람객이 전시물 만지고, 실험

‘핸즈온 방식’ 최초로 선봬

4월 현대차그룹-익스플로라토리움

국내 체험형 과학관 건립 위한 파트너십 체결

2032년 GBC 내 전시공간 조성 예정

과학관 ‘익스플로라토리움’ 외관 [익스플로라토리움 제공]
과학관 ‘익스플로라토리움’ 외관 [익스플로라토리움 제공]

[헤럴드경제(샌프란시스코)=서재근 기자] 미국 샌프란시스코 북쪽 엠바카데로 15번 부두에 들어서면, 회색빛의 거대한 창고형 마트를 떠올리게 하는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누구나 과학을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세계적인 과학관 ‘익스플로라토리움’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익스플로라토리움을 찾았다. 1969년 물리학자 프랭크 오펜하이머가 설립한 익스플로라토리움은 관람객이 전시물을 직접 만지고 실험하며 과학적 원리를 발견하는 ‘핸즈온(Hands-on)’ 방식을 최초로 도입한 곳이다. ‘과학은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해보는 것’이라는 오펜하이머의 믿음이 이 같은 전시 철학의 출발점이 됐다는 게 과학관 측의 설명이다.

과학관 ‘익스플로라토리움’ 내부 [익스플로라토리움 제공]
과학관 ‘익스플로라토리움’ 내부 [익스플로라토리움 제공]

과학관 초입에 세워진 영문(exploratorium) 간판이 없었다면, 용도를 가늠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건물 외관에서는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곳이 전 세계 과학관과 교육기관의 벤치마킹 대상이자 과학 교육 모델로 꼽히는 ‘체험의 장’이자 ‘모두를 위한 실험실’로 불리는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다.

과학관 내부에는 생김새부터 호기심을 자극할 만큼 낯설고, 신기한 각종 실험 기구 및 전시물과 이를 보고, 만지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5~6세 정도로 보이는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관람객들의 연령층도 다양했다.

익스플로라토리움 방문객이 중력의 영향으로 사물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시물 ‘중력 우물’을 체험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서재근 기자
익스플로라토리움 방문객이 중력의 영향으로 사물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시물 ‘중력 우물’을 체험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서재근 기자

실제 이곳에는 ▷중력의 영향으로 사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중력 우물’ ▷물방울이 떨어지는 찰의 순간을 초고속 카메라로 직쩝 촬영해 볼 수 있는 ‘물방울 사진 촬영’ ▷각각 다른 길이의 줄에 메달린 공들이 각자의 리듬에 맞춰 흔들리면서 변화하는 패턴을 확인할 수 있는 ‘진자뱀’ ▷세 개의 진자가 각각의 움직임에 서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나타내는 ‘혼돈 진자’ 등 다소 생소한 이름과 생김새의 체험 전시물이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곳곳에 전시돼 있다.

이곳은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 있게 질문할 수 있는 세상을 비전으로 삼고 과학과 교육을 연결하는 대표적인 혁신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특히 전 세계 과학관의 80% 이상이 익스플로라토리움의 체험형 전시 방식에 영향을 받아 발전했다.

켄 핀 익스플로라토리움 Educator가 각각 다른 길이의 줄에 메달린 공들이 각자의 리듬에 맞춰 흔들리면서 변화하는 패턴을 확인할 수 있는 체험형 전시물 ‘진자뱀’을 시연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서재근 기자
켄 핀 익스플로라토리움 Educator가 각각 다른 길이의 줄에 메달린 공들이 각자의 리듬에 맞춰 흔들리면서 변화하는 패턴을 확인할 수 있는 체험형 전시물 ‘진자뱀’을 시연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서재근 기자

매년 100만 명에 가까운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익스플로라토리움에는 과학, 예술, 기후변화까지 아우르는 650여 종의 전시물이 모두 자체 개발·제작을 거쳐 마련돼 있다. 학생과 교사, 일반 관람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폭넓게 운영돼 과학 교육 혁신을 이끄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익스플로라토리움은 새로운 전시물의 시제품을 테스트하고 평가하는 전용 갤러리도 별도로 운영해 관람객들이 더 쉽고 재미있게 과학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전시물 개발과 실험, 관람객 반응의 검증까지 한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이뤄지는 운영 방식은 익스플로라토리움의 강점으로 꼽힌다.

켄 핀 익스플로라토리움 Educator가 물방울이 떨어지는 찰라의 순간을 초고속 카메라로 직쩝 촬영해 볼 수 있는 체험형 전시물 ‘물방울 사진 촬영’을 시연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서재근 기자.
켄 핀 익스플로라토리움 Educator가 물방울이 떨어지는 찰라의 순간을 초고속 카메라로 직쩝 촬영해 볼 수 있는 체험형 전시물 ‘물방울 사진 촬영’을 시연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서재근 기자.
물방울이 떨어지는 찰라의 순간을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 영상. 샌프란시스코=서재근 기자
물방울이 떨어지는 찰라의 순간을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 영상. 샌프란시스코=서재근 기자

국내에서도 수년 내 이와 같은 체험형 과학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앞서 지난 4월 현대자동차그룹은 익스플로라토리움과 국내 체험형 과학관 건립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2년 개관을 목표로 그룹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를 대표하는 전시 공간으로 조성, 지역 주민과 국내외 방문객은 물론, 미래 성장세대에 새로운 과학 체험 및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GBC에 들어설 과학관은 모빌리티, 로봇, 인공지능(AI) 등 과학교육 혁신을 통해 미래 인재를 양성한다는 그룹의 비전 아래 단순히 보고 듣는 소극적 관람 방식에서 벗어나 방문객이 스스로 직접 탐색하고 실험하는 참여형 전시 공간으로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울러 과학자와 교육자,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전시 기획과 연구에 참여하고, 학교와 지역사회를 잇는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운영해 ‘과학 커뮤니티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함께 맡게 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 HMG브랜드경험담당 지성원 부사장(왼쪽부터), 장재훈 부회장, 정의선 회장, 익스플로라토리움 윌리엄 F. 멜린 이사회 의장, 린지 비어만 관장, 앤 리처드슨 최고경험책임자(CXO)가 지난 4월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 HMG브랜드경험담당 지성원 부사장(왼쪽부터), 장재훈 부회장, 정의선 회장, 익스플로라토리움 윌리엄 F. 멜린 이사회 의장, 린지 비어만 관장, 앤 리처드슨 최고경험책임자(CXO)가 지난 4월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체험형 과학관 조성에 앞서 현대차그룹은 실제 관람객의 경험과 목소리를 적극 수렴하기 위해 오는 10월부터 11월까지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관람객이 기초 과학 원리로 창의력을 발휘해 직접 만드는 체험형 전시물로 구성된 팝업전시 ‘해브 펀 위드 사이언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해당 전시는 관람객이 기초 과학 원리를 바탕으로 창의력을 발휘해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형 전시물로 구성된다. 전시 기간 다양한 이벤트와 성인을 대상으로 한 특별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누구나 자유롭게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likehyo8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