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철 현대차·기아 제조부문 사장 강연
‘제조혁신 비전을 넘어 실행으로’ 주제 발표
울산 EV 공장서 고도화된 자동화 기술 적용
미래공장 비전 키워드 ‘다크 팩토리 247’
2032년 이후 자동화 혁신 기술 전 공장 전개
그룹 혁신 기술, 협력사에 공유…“상생 경영 확대”
“사람을 위한 제조 기술로 세계 시장 선도할 것”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경쟁력을 통해 사람이 더 안전하게, 더 가치 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현대자동차그룹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자 목표입니다.”
정준철 현대자동차·기아 제조부문 사장은 2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 기업포럼 2026’ 연사로 나서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제품·제조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현대차·기아 제조부문장을 맡고 있는 정 사장은 제품 설계부터 생산기술, 글로벌 제조 운영에 이르는 폭 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두루 갖춘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선행생산기술과 제조설루션, 구매 부문을 이끌며 스마트팩토리 E-FOREST 구축,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건설, 글로벌 생산거점 확대 등 미래 제조 혁신을 주도해 왔으며, 전동화 전환과 공급망 안정화를 통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제조 및 수출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해 왔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제62회 무역의 날 금탑산업훈장을 수훈했으며, 현재는 제조설루션-구매-HMGICS를 총괄하면서 부품부터 완성차까지의 벨류체인을 넘어 로보틱스까지 영역을 확장해 생산체계 고도화와 로봇 산업 생태계 확장을 추진, 미래 모빌리티 및 로봇 제조 경쟁력 확보를 주도하고 있다.
‘제조혁신, 비전을 넘어 실행으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정 사장은 먼저 제조기술이 발전해 온 과정과 더불어 ‘다크 팩토리’ 전략을 중심축으로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미래 모빌리티 제조기술 현황을 소개했다.
정 사장은 “지난 1967년 창업 당시에는 대부분 수작업으로 일을 했던 시기로, 제조 기술이라는 것이 없었다”며 “1997년 아산 공장을 건설하면서 차체 용접 라인을 최초로 100% 자동화로 운영했고, 이후 2012년 중국 북경 3공장에 최초로 ‘표준 공장’ 체계를 구축하면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제조 기술이 한 단계 진화하게 된 전환점은 2023년 완공된 HMGICS다. 그는 “HMGICS는 제조 기술 개발과 소규모 생산을 병행하는 거점 역할을 수행하는 기지”라며 “이곳에서 개발·검증된 자동화 기술은 2024년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와 올해 울산 EV 공장 건설에 본격적으로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HMGICS는 60%의 자동화율을, 대량 생산 체계인 HMGMA와 울산 EV 공장은 각각 40%와 44% 수준의 자동화율을 달성했다.
특히, 정 사장은 이날 울산 EV 공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최초 초대형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90’이 자동화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차체 패널을 만드는 프레스 공정에서는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은 유려한 곡면을 구현하기 위해 6800톤급 서보 프레스와 패널 정밀 검사 설비를 도입했으며, 차체 공정에서는 알루미늄 비중을 크게 높인 차체를 견고하게 잇기 위해, 알루미늄과 스틸 등 서로 다른 소재를 부위별로 나눠 접합하는 4가지 신공법을 적용하는 등 생산 정밀·효율성을 극대화한 혁신 제조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정 사장은 “현재 HMGMA와 울산 EV의 자동화율은 40%대 수준이지만,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기술을 접목하여 최대 55~56%까지 자동화율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 사장이 제시한 현대차그룹의 미래공장 비전은 ‘다크 팩토리(Dark Facrory) 247’(이하 DF 247)이다.
그는 “DF 247은 인간과 로봇이 협업하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최적화하는 공장”이라고 정의하면서 “‘인간 중심의 자동화’와 ‘데이터 소프트웨어 기반의 자율 공장’이라는 두 가지 핵심 축을 바탕으로 인간과 로봇이 협업하며 스스로 학습하고 최적화하는 공장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는 사람을 대체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안전을 높이고, 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한 기술”이라고 강조하면서 “로봇은 제조현장의 위험한 작업을 대체해 안전을 보장하고 데이터 기반 작업으로 품질 혁신을 실현하고, 인간의 역할은 반복적이고 일률적인 노동에서 ‘판단’과 ‘관리’의 영역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피지컬 AI’의 도입이다. ▷트림류 부품 서열 등 단순반복 작업 ▷와이어링 실내작업 등 고난도 작업 ▷도장부스 오프라인 터치업과 같은 위험 작업(유해환경)에 피지컬 AI 기반 로보틱스 기술을 도입해, 자동화 영역을 대폭 확대하는 것은 물론 사람의 가능성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단순히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하는 것을 넘어 제조 현장에 최적화된 피지컬 AI 개발을 병행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8년 공장 내 피지컬 AI 도입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미국에서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센터(RMAC)’를 열고 실제 자동차 생산현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제조용 AI 로봇을 시험하고 있다.
신차 론칭 프로세스의 AI 전환(AX)·디지털 전환(DX) 및 제조 데이터 통합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 사장은 “신차 개발부터 생산, 판매, 품질 피드백에 이르는 전체 라이프 사이클을 AX와 DX를 통해 자율화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아울러 제조 현장에서 확보한 데이터 표준화와 시스템 연결을 통해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테크 파운데이션 구축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은 자체 개발한 혁신 제조 기술을 산업 전반에 활용하기 위해 협력사를 대상으로 기술 공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사람을 살리는 기술’ 개발을 주요 실천 과제로 제시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상생 경영과 맥을 같이 한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경주에 협력사 전용 상생 협력 센터를 건립, 협력사를 위해 모든 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정 회장은 “스마트 팩토리 도입을 희망하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컨설팅 및 공동 기술 검증(POC)을 수행, 기술 전개를 지원하고 있다”며 “향후 새만금 지역에 로봇 POC 라인과 생산 공장을 구축하고, 정부와 협력해 로보틱스 공급망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AI와 로보틱스 기술을 바탕으로 제조 분야의 미래를 선도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글로벌 제조 혁신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likehyo85@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