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0시부터 카카오지회 준법투쟁 돌입
주40시간 초과·야간·연장·휴일근무 거부
퇴근 후 업무 지시·긴급 장애 대응도 불응
성과보상 체계 놓고 이견…추가교섭도 중단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카카오뱅크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이후 첫 전일 파업에도 임금협상이 타결되지 않자 노동조합이 준법투쟁에 돌입했다. 교섭이 공전하는 상황에서 사측을 향한 압박 수위를 한 단계 높인 것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는 이날 0시부터 카카오뱅크에서 준법투쟁에 돌입했다.
노조는 지난 7월 20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 이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쟁의권을 확보했다. 이번 준법투쟁도 확보한 쟁의권에 근거한 쟁의행위라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준법투쟁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은 월 단위 근로시간 정산 기준으로 주 평균 40시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만 근무한다. 야간·연장·휴일근무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소정근로시간이 끝난 뒤에는 전화나 메신저를 통한 업무 지시를 받지 않기로 했다. 단체협약 범위를 벗어난 긴급 장애 대응과 즉각적인 조치 요구에도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준법투쟁은 평소 관행적으로 넘어가던 법규와 단체협약, 업무 절차를 원칙대로 준수해 사측을 압박하는 쟁의 방식이다. 전면적으로 업무를 중단하는 파업과 달리 정해진 시간에만 근무하거나 각종 절차를 빠짐없이 지키는 방식으로 업무 운영에 영향을 준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연장근로가 관행으로 자리 잡은 사업장에서 근로자들이 집단적으로 이를 거부해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면 쟁의행위에 해당한다.
다만 조합원들은 정해진 근무시간에는 담당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안전·보안·검토 절차도 준수할 계획이다. 이번 행동은 업무 방기가 아니라 법정 노동시간과 회사가 정한 절차를 그대로 지키는 것이라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노조는 금융서비스의 안정적인 운영이 일부 구성원의 장시간 노동과 퇴근 후 상시 대기에 기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비스 연속성과 장애 대응 체계를 구축할 책임은 개별 노동자가 아니라 적정 인력과 근무체계를 마련해야 할 회사에 있다는 것이다.
백웅 카카오지회 스태프는 “정해진 시간 안에 맡은 일을 하고 퇴근 이후에는 쉬겠다는 것이 투쟁이 돼야 하는 현실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준법투쟁으로 운영상 문제가 드러난다면 그동안 회사 업무체계가 구성원의 초과노동과 희생에 얼마나 의존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뱅크는 금융회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인력과 장애 대응 체계를 회사의 책임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회사가 준법투쟁의 취지를 왜곡하거나 조합원의 참여 여부를 확인하고 회유·압박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카카오뱅크 노조는 지난달 31일 하루 전일 파업을 진행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영업 개시 이후 첫 파업으로, 노조는 참여 규모를 700명 이상으로 집계했다.
카카오뱅크 전체 임직원(1800여명)의 40% 수준이다. 노사는 올해 임금 교섭에서 성과보상 체계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조정 중지 이후 추가 교섭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페이 등 다른 계열사는 임금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하며 계열사별 협상 결과가 엇갈리고 있다.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은 “이번 준법투쟁은 구성원들이 지속가능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체계를 만들기 위한 행동”이라며 “회사가 책임 있는 대화와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때까지 조합원들과 함께 적법한 쟁의행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won@heraldcorp.com

